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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3-02-27 08:24
 조회 : 2,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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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 <br>자동차 판매 한달새 10% 감소…256메가 DDR값 석달 만에 ⅓로 <br>북핵 겹쳐 자금유출 가능성…달러 20∼30% 동시에 빠지면 큰일 <br><br>지난 2월 11일 서울 증시. 슬금슬금 오르던 주가가 미국에서 날아온 뉴스 한방에 휘청거렸다. 세계 3대 신용평가 기관인 미국의 무디스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두 단계 하향 조정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된 것은 외환위기 때인 1997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이어 2월 13일엔 외국인들이 주가지수 선물을 무려 1만1500계약(건) 이상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했다. 선물 매도는 쉽게 말해 주가 하락을 겨냥한 투자다. 서울 증시는 다시금 공포의 도가니에 빠졌다. 외국인들이 신용등급 하락과 같은 또 다른 대형 악재와 관련된 정보를 취득해 미리 유리한 투자를 했을 것이란 추측이 무성했다. <br><br>한국 경제 상공에 드리워진 먹구름이 좀체 거두어지지 않고 있다. 이번 먹구름은 한국 경제가 감당하기 힘든 폭우를 쏟아내 1997년 IMF 사태 당시처럼 한국을 다시 경제위기라는 나락의 구렁텅이로 빠뜨릴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S그룹의 한 임원은 “신문을 펼치면 온통 경기하강, 신용등급 하락 같은 불길한 단어들만 가득 차 있다”면서 “IMF 사태 직전에 나쁜 소식들을 잇따라 듣던 때가 떠오르면서 영 불안하다”고 말했다. 시중 은행의 한 고위 임원은 “은행 영업도 악화되고 있다”면서 “한국 경제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무척 걱정스럽고 하루하루가 긴장된다”고 말했다. <br><br>한국 경제는 다시 IMF 사태와 같은 경제위기에 빠질 것인가. <br><br> <br>▲ 계속되는 경기 침체로 취업난이 가중되는 가운데 2002년 12월 4일 대구 도심의 한 취업정보은행에서 구직자들이 업체들의 사원모집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 <br>최근 사회 일각에선 경제위기론이 거론되고 있다. 1997년 IMF 사태를 경험해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것처럼 단순한 기우(杞憂)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자금 확보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IMF 사태 당시의 연쇄 부도 사태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기업들은 앞으로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자금을 최대한 확보해 보자는 것이다. 또 국제금융가에서는 한국의 신용이 총체적으로 하락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자금 조달 금리가 도마에 오르기 시작했다. 아직은 모색 단계이지만 언제 돈을 돌려달라고 할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br><br>●기업들 “유동성 대비” 자금 확보 비상 <br><br>한국 경제는 지금 외우내환(外憂內患)의 상태에 빠져 있다. 세계 경제 침체,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 추진 등 해외 요인들은 국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주름살을 지우고 있다. 원유가 등의 상승은 해외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치명타다. 최근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국내 석유제품 가격도 가파른 상승세다. 한국석유공사 발표에 따르면 2월 첫째주 무연휘발유의 전국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1323.61원으로 1월 말에 비해 1.6% 올랐으며, 종전 최고 가격인 2000년 9월 1306.92원을 돌파했다. 차량용 경유값, 실내등유, 보일러등유도 종전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br><br>경제 주요 지표인 소비, 수출, 투자 모두 하향선을 그리고 있다. GDP의 60% 정도를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침체하면서 국내 경기가 활력을 잃고 있다. 민간소비는 지난해 경제성장률 5.8%를 웃도는 6.8%의 성장률을 보여 경기 회복을 주도했다. 그러나 올들어서는 미래에 대한 불안심리가 확산되는 가운데 신용카드 사용 축소 등으로 된서리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br><br>소비 침체엔 자동차 같은 내구재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실제로 새해 들어 자동차 판매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국산 자동차 판매대수는 내수와 수출을 합쳐 25만 여대로 전월 대비 10.8% 감소했다. <br><br>가전제품 판매도 크게 줄었다. 가전업계는 올 1~3월 가전제품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10~20% 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소프트웨어 제작업체 임원은 “벤처 경기가 사상 최악”이라며 “많은 업체들이 잇달아 문을 닫고 있고, 상당수가 도산 직전”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도 심각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각 백화점의 작년 12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7.3%나 급감했다. <br><br> <br>▲ 경기 침체로 매출이 감소하자 백화점들은 연초부터 세일로 손님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br>나라 안팎에 연일 경제 ‘악재’들이 쏟아지면서 소비자들은 지갑을 꼭꼭 닫았고, 음식점·옷가게 같은 내수업종들은 극심한 매출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곳곳에서 “IMF 경제위기 때보다 더 체감경기가 나쁘다”는 비명이 터져나오고 있다. <br><br>통계청이 1월에 내놓은 ‘소비자 전망 조사’에 따르면 6개월 전과 비교해 현재의 경기와 생활 형편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를 나타내는 1월 중 소비자평가지수는 79.6으로 전월의 81.2에서 0.6포인트 하락했다. 소비자평가지수가 70대로 떨어진 것은 2001년 3월 7일 이후 처음이다. <br><br>수출 전선에도 비상이 걸렸다. 최근 내수 부진을 수출 쪽이 만회해 줄 것이란 기대가 무너지면서 올 경제성장률이 예상 이상으로 하락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 경제 지표를 좌우하는 한국 대표 상품인 반도체의 가격이 최근 폭락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의 주력 제품인 266㎒급 256메가 DDR(더블데이터레이트)램 가격은 2월 17일 현재 3.08달러로 떨어졌다. 지난해 11월엔 8.88달러였다. 불과 석달 만에 가격이 3분의 1 토막 났다. 자동차는 지난 1월 내수는 전달보다 5.1% 감소한 반면 수출은 15.8%나 줄었다. <br><br>●“외국계 은행, 언제든지 비행기 탈 준비 완료” <br><br>투자 역시 부진한 상태다. 기업들이 경제 불확실성의 증가로 인해 좀체 돈을 투자하지 않아서다. 국내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특히 수출 전망이 좋아야 이루어지는데 당분간 별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계속 미루고 있어 우리나라가 앞으로 무엇으로 먹고 살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br><br>그러나 무엇보다도 현재의 위기론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북핵(北核) 문제에서 촉발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정권교체에 따른 정책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것도 위기론을 부채질하고 있다. <br><br>우선 북핵 문제는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한국의 컨트리리스크(country risk)를 높이는 사안이다. 외국계 금융기관 지점장이 달러와 비행기표를 가방에 넣어두고 언제든지 비행기를 탈 태세를 하고 있다는 얘기가 금융가에 돌고 있는 것은 바로 이 같은 한반도 정세에 대한 외국인의 시각이기도 하다. 모 금융업체 사장은 “이라크 사태가 해결된 후 북핵 문제가 불거진다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무슨 일을 할지 모른다”면서 “한국에서 돈을 빼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br><br>실제로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각은 싸늘하게 변하고 있다. 금융기관의 한 임원은 “무디스 신용등급 하향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랐으며, 한국 경제에 대한 외국인의 시각을 반영하는 것”이라면서 “이번 조치는 한국 경제 펀더멘털에 악영향을 미치는 기분 나쁜 뉴스”라고 지적했다. 증권사의 한 임원은 최근 미국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한 투자설명회에서 “(미국이) 싫다는 나라에 왜 우리가 투자해야 하나”라는 얘기를 듣고 무척 당황했다는 것이다. <br><br>최근 미국 내에서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독일과 프랑스 기업 상품 불매운동이 이는 것처럼 국내의 반미운동이 미국 내에 반한(反韓) 분위기를 부추겨 한국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한다. <br><br>북핵 문제와 함께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또 다른 리스크는 정책리스크라는 지적도 있다. 새 정부의 경제 정책이 어떤 그림을 그릴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국내의 외국기업 관계자는 “외국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가장 중요한데 그것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br><br>이런 가운데 일부 대기업이 대외 신인도 하락에 따라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으며, 다른 대기업들의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과거와 같이 투자금 회수 등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나 SK텔레콤과 같은 국내 초우량 기업들마저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 지분을 줄였다. 해외 투자자 방문을 마치고 최근 귀국한 모 증권사 고위 임원은 “두 회사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마음이 식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에서 발을 뺄 가능성은 항상 상존하고 있다”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단 발을 빼기 시작하면 공포심을 불러일으켜 연쇄반응을 촉발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외 투자자본의 유입이 중단되고, 오히려 유출된다면 국내 경제에 ‘핵폭탄’과 같은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다. <br><br>●“불안하지만 위기 상황은 아니다” <br><br>반면 이 같은 경제위기의 재발 가능성을 일축하는 의견도 만만찮다.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한국은 쑥대밭이 되겠지만 전쟁이란 변수를 제외한다면 한국 경제는 이제 외환위기의 재발을 거론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의 경제 여건은 IMF 사태 당시와는 다른 상황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원기 메릴린치 전무는 “국내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한 것에는 동감하지만 위기론엔 동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br><br>우선 과거 IMF 사태를 유발시킨 부실기업들이 모두 사라졌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 부실채권을 잔뜩 안고 있던 국내 금융기관들도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재편됐고, 살아남은 금융기관들은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됐다는 것이다. 지난번 IMF 사태는 기업 부실이 금융기관 부실로, 다시 금융기관 부실이 외환위기로 이어지면서 발생한 만큼 현재의 상황은 그때와 다르다는 설명이다. <br><br>이원기 전무는 “특정 기업의 부실이 현실화되어도 다른 기업에 대한 투자금 회수로 연결될 상황은 이제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유동성 위기 재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몇몇 기업들은 이미 시장에서 ‘사망’선고를 받은 것과 다름이 없으며, 다른 기업들의 신용도에 영향을 전혀 미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br><br>또 외환보유고도 1200억달러를 넘고 있어 외환위기가 발생해 경제위기로 치달을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미래에셋 이종우 실장은 “외국인 투자자의 본질은 결국 돈 벌기 위한 것”이라면서 “아무리 위기 상황이 높다고 해도 돈을 모두 빼내가지 않는다”고 했다. 외환위기 때 외국인 투자자들이 모두 철수한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총투자액의 12%만이 나갔다는 것이다. <br><br>그러나 경제위기 재발 가능성을 우려하는 측의 생각은 다르다. 우선 국내 경기가 극도로 침체된 상황에서 북핵과 관련된 사태가 악화되면 증시 폭락과 환율 급등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서울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보유 시가총액의 5%인 5조원 정도를 매도했을 때 주가가 900대에서 600대로 급락한 만큼 매도 규모가 더 커지면 서울 증시는 몰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환율이 급등하면 외화 채무가 많은 국내 대기업과 기간산업체의 재무구조는 일시에 취약하게 된다. 한국 주요기업들의 재무구조의 악화는 전반적 기업 부실로 이어져 제2의 IMF 사태를 불러오는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br><br>●“달러, 20~30%만 빠져도 연쇄 반응” <br><br>한 외환전문가는 “외환보유고 1200억달러라는 것은 경제가 안정적일 때만 의미가 있는 것”이라면서 “경제 불안으로 달러가 일시에 20~30%만 빠져나가도 연쇄 반응을 불러일으켜 당해낼 수가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현재 외환보유고는 환투기꾼의 장난 정도를 막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br><br>또 국내 경제위기는 외환 쪽이 아니라 국내 부문에서 먼저 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이것이 가계 부실 심화로 연결되면서 위기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새 정부가 재벌개혁을 이유로 특정 재벌을 겨냥해 무리수를 둘 경우 새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br><br>다만 한국 경제가 위기에 빠지지 않고 벗어나는 길이 완전히 봉쇄된 것은 아니다. 희망사항이긴 하지만 미국의 이라크 전쟁 사태가 조기에 종결되고, 이어 북핵 문제마저 극적 타결이 이루어진다면 한국 경제는 급속히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새 정부가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외국인 투자자와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적절한 정책 대응을 구사한다면 위기에 빠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때문에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을 섣불리 예단하지 말고 좀 더 지켜볼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br> <br>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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