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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4년 간 독도를 10m 간격으로 촘촘히 누비면서 제작한 1:1000 축척의 초정밀 지질도입니다. 지질도는 지형도와는 다른 지도입니다. 지형도가 땅의 높낮이와 경사, 도로와 건축물 등을 나타내 준다면, 지질도는 이 땅이 어떤 종류의 암석으로 구성됐고 그 암석들 사이의 선후관계(이를 지층의 순서라는 뜻에서 '층서'라고 부릅니다)를 보여주는 것이 목적입니다.
* 독도 나이는 250만 살
이번에 완성된 독도의 지질도는 독도가 지금으로부터 약 450만 년 전 처음 바다 밑에서 화산 활동을 시작해 약 250만 년 전에 완성됐음을 보여줍니다. 즉 독도의 나이가 250만 살이라는 뜻입니다.
250만 년! 인류의 선조가 막 세상에 등장했을 무렵입니다. 까마득한 옛날입니다. 하지만 지질시대에서 250만 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닙니다. 한반도에는 이보다 수십 수백 배 더 긴 역사를 가진 중생대~고생대 지층은 물론 30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선캄브리아기 지층도 분포하고 있습니다.
이런 지층에 비교하면, 독도가 생긴 것은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 중에서도 가장 늦은 편에 속합니다.
그러니까 결국 독도는 나이로 따져 볼 때 우리 국토의 막내라는 표현에 들어맞게 됩니다.
지질도를 자세히 살펴보면 세 차례의 화산 폭발과 세 차례의 용암 분출이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납니다. '관입' 또는 'TD'라고 표시된 부분이 바로 용암분출이 있었던 흔적입니다. 이미 형성돼 있던 기존의 암석 사이를 고온의 마그마가 뚫고 분출하면서 만들어진 지층인데, 이 때문에 원래는 '가장 밑에 있는 지층이 가장 오래된 지층'이라는 이른바 '지층 누중의 법칙'을 깨뜨리면서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지표면까지 이 '관입' 층이 관통하고 있습니다.
* 독도와 울릉도, 결정적 차이는?
그런데 250만 년이라는 독도보다 더 늦게 생긴 섬도 있을까요? 사실은 바로 옆의 울릉도가 독도보다 100만 년 정도 오히려 더 늦게 생겼습니다. 다시 말해 형성된 순서로만 따진다면 우리 국토의 막내는 독도가 아니라 오히려 울릉도가 맞습니다.
지금 현재 울릉도의 크기는 약 72제곱킬로미터. 독도는 1제곱킬로미터도 안 됩니다. 이 때문에 현재 울릉도는 엄연한 섬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아직 독도의 국제적 지위는 섬와 암초 사이에서 분명하지 않은 실정입니다. 인간이 단독으로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만큼 크지 않다는 의견 때문입니다. 하지만 독도가 생길 당시에는 울릉도와 크기가 거의 비슷했다는 것이 이번 연구에서 다시 밝혀졌습니다. 그럼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요?
독도의 암석 가운데 약 50~60%를 차지하는 응회암은 화산재가 굳어져 돌로 변한 암석인데, 파도나 바람에 의한 풍화에 비교적 약한 암석이라서 쉽게 깎여나가기 때문입니다. 이번 지질도에서는 독도가 지난 250만 년 동안 원래 크기의 99%가 풍화, 침식된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현재 남아있는 독도는 원래의 1% 남짓한, 분화구 바깥의 남서쪽 일부분만 남은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 독도 침몰, 과연 언제?
앞으로 풍화가 진행되면 언젠가는 완전히 물 밑으로 사라질 수도 있겠지만, 당장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지질도 제작을 지휘한 지질자원연구원의 기원서 본부장은 "아무리 못해도 20만 년에서 30만 년 이상 걸릴 텐데, 그 때까지 인류가 남아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합니다. 사실 기껏해야 5천~6천 년의 역사기록을 가진 인간에게 20만 년 뒤에 섬 하나가 사라진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요?
독도 동쪽에는 이미 물 속에 가라앉은 해산(seamount)이 두 개 있습니다. 독도보다 먼저 생겨났다가 이미 독도와 비슷한 풍화과정을 거쳐 물 속에 가라앉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사부해산과 심흥택해산입니다. 이사부는 누구나 아는, 우산국을 정벌한 신라장군 김이사부(박씨라는 설도 있습니다)의 이름을 따왔고, 심흥택은 고종 임금 시절 일본이 울릉도와 독도를 탐내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한 울릉군수의 이름입니다. 이 두 해산이 먼저 생겨났고 그 다음 독도가 생겨났고, 그 다음에는 독도와 울릉도 사이에 있는 해산인 안용복해산, 그리고 마지막으로 울릉도가 생겨난 것으로 학계에서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들 해산의 공통점은 대부분 정상부가 평평하다는 점입니다. 독도 역시 물 위에 드러난 부분은 작지만 그 아래 수심 200m 지점 근처에서는 매우 넓은 탁상형 대지가 바닷속에 펼쳐져 있습니다. 이렇게 평평한 지형이 만들어진 까닭 역시 풍화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파도의 힘에 의해 돌출된 부분이 깎여나가고, 마치 평지처럼 만들어진 이런 지형을 '평정해산'이라고 부릅니다.
만약 독도가 20~30만 년 뒤에 모두 깎여나간다면 나중에는 이사부해산, 심흥택해산과 같은 평정해산이 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수백~수천만 년 뒤에는 울릉도도 같은 길을 걸어가겠지요.
* 우리 땅 독도, 당당히 세상으로
한 장의 지질도는 이렇게 거대한 스케일의 시간을 좁은 공간에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우리 국토의 기본적인 정보로서 영토권 확립을 위한 필수적인 사업이라는 겁니다. 분명히 우리 땅인 독도에 정밀 지질도 한 장 없다면 말이 안 되니까요.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 사업이 완료된 것이 지난 2008년, 벌써 4년 전인데 지금껏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다가 이번에 SBS 단독보도로 처음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정부가 한일관계 등을 고려해서 지금까지 가급적 공개하지 않으려고 하다가, 올 연말에야 정식으로 독도 지질도를 1:2500 축척으로 발간해 배포하기로 했습니다. 왜 지질도 완성 직후에 바로 공개하지 못했는지,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