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밤 10시 55분쯤 독도경비대 상황실. 야참을 먹으러 식당에 모였던 대원들은 상선망에 잡힌 다급한 무전을 들었다.

"해경 해경, 배가 침몰합니다. 구조를 요청합니다. 곧 침몰합니다."

해경과 구조를 요청하는 어선이 다급한 무전을 교환했다. 해경이 어선의 위치와 이름을 물었다. 구조를 요청하는 쪽에서 "쌍용, 쌍용, 쌍용호"라고 어선의 이름을 말했지만 교신은 곧 끊겼다.

쌍용호가 구조를 요청한 위치는 독도 인근 해상. 해경은 다급히 독도경비대를 찾았다. 주변 지형지물과 조류의 방향 등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곳이 독도경비대였기 때문이다.

"독경대 주변 수색을 부탁합니다."

이광섭 독도경비대장은 전 대원을 기상시켜 로프, 구명조끼, 구명환 등 장비를 챙긴 뒤 험한 파도가 치는 바닷가로 나갔다.

독도경비대 36명은 2개조로 나뉘어 1개조는 대장, 작전팀장의 인솔 하에 접안지로, 1개조는 부대장 인솔 하에 구접안지로 출동했다.

당시 상황은 수색작전을 하기에 너무나 열악한 환경이었다. 몸을 가눌 수 없는 강한 바람과 칠흑 같은 어둠, 비까지 갑자기 쏟아졌다.

대장은 4~5m의 파도가 갯바위로 밀려오면 대원들을 대피시켜 잠시 멈췄다가 다시 잔잔해지면 앞으로 전진했다. 당시 캄캄한 어둠 속 휘몰아치는 비바람에 몸이 붕 뜨는 느낌까지 들었다. 그때 등대 옆 관측 근무자로부터 무전이 왔다.

"부채바위 앞쪽 바다에서 희미한 불빛이 보였다 안보였다 합니다."

부대장은 황급히 유류저장소에서 불빛을 확인했다. 이어 희미하지만 처절한 괴성이 들렸다. 구조자의 구조 요청이란 확신을 가지고 재빨리 상황실에 무전을 해 해경에게 상황을 알렸다. 해경 단정이 파도를 헤치며 서서히 접근했다.

부대장은 유류저장고에서 해경단정에게 접근방향을 정확히 알려줬다. "전방직진 150미터 지점, 약간 좌측으로 50미터 지점..."

부대장은 구조 요청을 하는 쪽에 "해경이 가고 있어요. 조금만 기다리세요"라고 외쳤다. 해경단정이 접근해 선원을 구조했다. 상황실에서 무선이 왔다.

"부채바위 앞에서 2명 구조 성공!"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도 잠시, 다시 상황실에서 "실종 선원 총 9명 중 2명 구조, 계속 수색"이라고 무전이 왔다.

이번엔 접안지에서 수색하던 대장과 작전팀장이 코끼리 바위 쪽에서 희미한 소리를 들었다. 처음에는 해경이 내는 소리인지, 바람소리인지 헛갈렸다. 다시 한 번 고함 소리가 들렸다.

"여기에요, 살려주세요!"

대장은 상황실에 알려 해경 단정을 코끼리 바위 근처로 유인하도록 지시했다. 해경 단정이 접근하자 정확한 위치를 무전으로 알려줬다. "앞으로 200미터 좌측 15도 방향"

단정에서 서치라이트를 코끼리 바위 쪽으로 쏘자 실종선원으로 보이는 이들이 희미하게 보였다. 그들은 처절하게 바위를 잡고 있었다. 상체만 보이다 안보이다 했다.

대장의 위치를 듣고 해경 단정 2정이 파도를 뚫고 접근해 6명을 추가 구출했다.

실종된 나머지 선원 한 명은 해군 헬기가 출동해 조명탄을 쏜 뒤에야 위치가 파악됐다. 뒤늦게 구조된 김모(47)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끝내 숨졌다.

◈ 험한파도 뚫고 온 해경, 주변지형 익숙한 독도경비대의 합작

지난 17일 10시 55분쯤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독도부근 해상서 좌초된 40t급 통발어선 쌍용호에 타고 있던 9명은 '2시간 30분'만에 구조됐다.

초속 20m에 가까운 강풍과 4~5m 높이의 파도가 이는 악천후의 해역에서 이 같이 신속한 구조가 가능했던 것은 해경의 발 빠른 현장 출동과 '독도 경비대'의 정확한 수색 덕분이었다.

독도경비대는 1개 소대 규모의 병력이 독도경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일본 순시선 등 외부세력의 침범에 대비해 24시간 해안 경계를 하는 것이 주 임무다. 영해를 침범하는 외부세력을 관계기관에 통보해 저지토록 하고 불법으로 독도에 접안하면 체포 또는 나포를 한다.

또 독도 인근 해상에서 사고가 나면 이번 사건처럼, 해경이 바다를 수색하고 단정을 내려 직접 인명 구조를 하는 동안 독도경비대는 해경이 인명구조를 할 수 있도록 접안 내륙 지역에서 인명 수색을 한다.

이번에는 독도경비대가 조류가 북쪽에서 남쪽으로 흐르는 것을 알고 인명을 재빨리 수색해 해경에게 위치를 잘 전달한 것이 신속한 인명구조의 핵심이었다.

이광섭 독도경비대장은 "조난자는 시간이 생명"이라면서 "빨리 발견되면 사는 것이고 늦게 발견되면 죽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재빨리 인명 수색을 했으며 해경, 해군과 협조가 잘 돼 이번 구조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었다"면서 "이 구조에 독도경비대가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어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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