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한 대로 일본 정부가 독도를 일본 영토로 주장하는 고등학생용 교과서를 검정에서 통과시켰다. 2008년의 학습지도요령과 2009년의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의 내용에서 이미 이러한 결과는 예고된 것이기는 하지만 주목되는 것은 독도를 일본땅이라고 주장한 교과서의 숫자가 종전의 19개에서 21개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다음달에 발표될 예정인 일본 외무성의 외교청서도 독도 영유권 주장을 유지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은 독도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 주장이 일시적인 것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면우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일본이 이렇듯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는 것은 현재 일본이 당면한 문제에 민족주의적 또는 국가주의적 대응방식을 택하기 때문이다. 이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측면에서 나타난다.
첫째, 냉전의 붕괴 이후 일본을 둘러싼 동북아 지역은 물론 국제관계 전반이 불확실성을 더해 간다는 문제이다. 냉전의 붕괴 이후 지금까지 일본은 냉전기에 우려된 미·소 양대 강국에 의한 대규모 전쟁의 가능성은 감소했지만 소규모의 분쟁 가능성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우려로 일본이 택한 대응방식이 민족주의적 또는 국가주의적이기에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한다는 것인데 이는 위안부 문제의 부정이나 식민지배의 당위성 및 긍정적 측면 부각 등이 예전에 비해 많아졌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둘째, 이와 같은 시기에 일본을 습격한 버블(거품)경제의 붕괴와 장기불황의 도래라는 경제적 위기의 문제이다. 경제적 위기는 심각한 국민적 의기소침이라는 사회적·정치적 문제를 동반했는데 해결방안을 아베 총리의 교육기본법 개혁에서 보듯 애국심의 고취와 같은 민족주의적인 방식에서 찾고 있기에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셋째, 자원의 유한성이라는 경제적 문제와 선거라는 정치적 문제가 혼재된 것이다. 독도와 관련된 한·일 간의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오늘날처럼 양국 모두에 독도 문제가 부각된 데는 2005년 제정된 일본 시마네현의 ‘독도의 날’이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시마네현이 이렇듯 독도를 주목하는 것은 그들의 어업권을 쟁취하려는 의도 때문이고 그러한 지역민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는 정치권의 움직임도 현재와 같은 사태를 야기하는 중요 요인이다.
이러한 배경에 비추어 볼 때 확실한 것은 우리로서는 불쾌하고 실망스러운 것이지만 독도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 주장이 결코 쉽게 철회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가 주안점을 두어야 할 것은 지속성과 종합적 식견이라고 하겠다.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분명히 밝히고 이를 대내외에 알리는 노력을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의 주장을 무력화할 수 있는 자료와 논리 개발, 그리고 힘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이와 함께 급변하는 동북아 국제관계와 세계질서 속에서 일본은 한국에 어떤 가치가 있는가를 항시 고려해야 한다.
한국은 현재 동북공정에 이어 이어도의 권한을 주장하는 중국과 또 한 번의 미사일 발사를 예고하는 북한, 그리고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이라는 사면초가의 형국에 처해 있다.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이라는 홉스식 구도가 태동하는 현재의 동북아 지역에 대한 대응은 지나친 낙관도 지나친 걱정도 위험할 수 있다.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에 대해 종합적 식견에서 때론 강력하게, 때론 부드럽게 그러나 지속적으로 우리의 이익과 입장을 견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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