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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일승천기 뒤로 보이는 자위대 해군의 군함
일본이 한국 정부의 독도해양기지 설치 계획을 중단하라며 내정간섭 수위를 높여가고 있죠. 방사능 오염으로 가뜩이나 한국에 엄청난 폐를 끼치는 일본이 요즘 하는 작태를 보면 ‘후안무치(厚顔無恥)’, ‘목불인견(目不忍見)’, ‘적반하장(賊反荷杖)’ 같은 4자성어가 생각납니다.
일본의 제1야당인 자민당이 ‘영토에 관한 특명위원회’란 것을 설치하고 12일 자국 정부에 ‘타케시마(竹島: 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날’을 국가 차원에서 제정할 것을 요구했다는데요. 독도 문제를 전문적으로 취급할 정부 기관을 설치하자는 주장도 했답니다.
특히 이 자리에서 위원회에 참여한 자민당 의원 호소다 히로유키는 한국의 독도해양기지 설치 계획에 대한 항의 표시로 “동일본대지진에 대한 한국의 지원을 거부하자”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했습니다. 호소다는 자민당 집권 시절에 관방장관까지 지냈던 작자입니다.
한국의 독도해양기지 설립 추진에 항의해 "한국의 동일본대지진 이재민 지원을 거부하자"는 방안을 제안한 전 관방장관 출신의 자민당 의원 호소다 히로유키.
어떤 사람들의 주장처럼 ‘일부 소수 우익 세력’의 망동이 아니라 나라를 대표하는 정계가 나서서 한국과 독도의 안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대지진 이후 자신들의 우매함으로 빚어진 사회적 혼란에 대한 해답과 돌파구를 ‘우경화’에서 찾으려는 속셈인 걸까요?
역사적으로 봐도 일본은 이런 전력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얘기입니다. 그리고 그 때마다 바로 이웃에 위치한 한국은 피해를 당해야 했죠. 또 다시 이 같은 수치를 당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치밀하게 대비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일본 주간지 ‘슈칸포스토(週刊ポスト)’ 최신호는 한 기사에서 한국 정부의 독도해양기지 설치 계획이 대지진 수습으로 정신없는 일본 자위대의 허술해진 방위 능력을 떠보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적었습니다. 정말 ‘대단한’ 분석력이로군요.
동일본대지진 재해지역에서 이재민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는 일본 자위대 대원들.
아무 생각 없이 이 잡지를 읽은 일본인이라면 “한국은 곤경에 처한 일본의 빈틈이나 노리는 못된 나라”라고 생각하게 되겠죠? 한국 정부가 한국 땅에 연구 목적으로 해양기지를 세우겠다는 계획이 일본 자위대의 방위 능력 검증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애당초 한국에서 독도해양기지 설립 계획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일본의 날조 교과서 파문이 원인이었습니다.
“일본 영토인 독도를 한국이 불법점거 중”이라고 기술한 내용을 모든 중학교 교과서에 기입해 상황을 개악(改惡)하면서 시비를 먼저 건 쪽은 일본입니다.
명백한 증거들이 있는데도 독도가 국제적 이슈로 부각돼 국제사법재판소가 이 문제를 다루면 로비력에서 경제대국 일본에 한참 밀리는 한국 측에 오히려 불리하다고 하는데요. 한국 정부가 맞대응보다 실효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해 해양기지 설립을 서두르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동일본대지진 재해지역에서 활동 중인 자위대 대원들의 모습.
일본 잡지에서 이처럼 ‘대단한’ 분석까지 나오는 것을 보니 일본의 우경화가 이미 시작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방사능 유출 사고에 대한 무능한 수습과 대응으로 민주당이 몰락하면서 일본의 민심은 지금 크게 요동치고 있는데요.
자민당이 ‘영토에 관한 특명위원회’를 설치하고 전 관방장관이 “한국 지원을 거부하자”며 설치는 배경엔 이런 민심의 변화가 반영됐을 것입니다. 10일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참패했는데요.
도쿄 시민들은 이 선거에서 “한일 강제병합은 한국이 원해서 한 것” 등 ‘망언 주둥이’(사람은 입, 짐승은 주둥이입니다)로 악명 높은 극우 이시하라 신타로에게 몰표를 던지며 ‘4선 도지사’의 꿈을 이루도록 만들어주기도 했습니다.
"한일 강제병합은 한국이 원한 것" 등 망언을 일삼아온 도쿄 도지사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 시민들은 10일 지방선거에서 일본 제국주의 사상을 숭상하는 이 '극우스타'에 압도적으로 표를 던지며 4선 도지사에 앉혔다.
일본의 늑장대응 탓에 이젠 한국 상추와 시금치에서도 방사능 물질이 검출되는 지경에 이르며 한국인들의 건강이 위기에 처했는데요.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일본의 방사능 물질이 공기와 바다 중에 쏟아져 나와서 한국이 어느 정도 피해를 볼지 지금으로선 가늠할 수도 없습니다.
방사능 공포도 모자라서 날조 교과서 개악, 인접국과 사전협의 없는 방사능 오염수 유출(미국엔 알려줬다죠?), ‘망언 주둥이’의 4선 성공, 정계의 한국 지원 거부 운운, 독도해양기지가 자위대 방위 능력 떠보기라는 잡지의 분석 등등….
많은 한국인들이 과거의 고통을 뒤로 하고 일본 대지진 피해를 안타까워하며 적지 않은 성금을 냈다거나 일본인들에게 힘을 내라며 응원했다는 뉴스와는 대조적으로 어째 일본에선 밉살스러운 뉴스만 계속 들려오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