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가 마차에 실려 사형장으로 호송되는 장면
안 의사가 순국 직후 유해를 감옥 묘지로 발인하는 장면
옥사에 전시된 형구(刑具) 등을 구경하고 우리 일행의 발길이 닿은 곳은 바로 사형장이었습니다. 여순감옥 정면에서 보자면 오른쪽 제일 뒤편 구석자리입니다. 사형장 가는 길 북쪽에 ‘북대문’이라는 게 있었습니다. 이 문은 사형(교수형)이 집행돼 숨이 끊어진 죄수의 시신을 감옥 뒷산으로 묻으러 갈 때 빠져나가던 문이랍니다. 순국하신 안중근 의사의 시신도 아마 저 문을 통해 빠져 나갔을 것입니다.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안 의사는 이곳 여순감옥으로 이송돼 재판을 받았는데, 이듬해 2월 14일 사형선고를 받고 다시 3월 26일 오전 10시 15분 이곳 사형장에서 최후를 맞았습니다. 그 때 안 의사의 나이 31세였습니다. 안 의사가 순국한 그날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영웅의 마지막 가는 길에 하늘도 무심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순국 전날 안 의사는 감옥으로 찾아온 정근, 공근 두 동생에게 다음과 같은 '유언'을 남겼습니다.
"내가 죽은 뒤에 나의 뼈를 하얼빈 공원 곁에 묻어 두었다가, 우리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으로 반장(返葬)해 다오. 나는 천국에 가서도 또한 마땅히 우리나라의 회복을 위해 힘쓸 것이다. 너희들은 돌아가서 동포들에게 각각 모두 나라의 책임을 지고 국민된 의무를 다하여, 마음을 같이 하고 힘을 합하여 공로를 세우고 업을 이루도록 일러다오. 대한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
정녕 안 의사는 조국이 독립되거든 자신의 유해를 조국으로 옮겨 장례를 치러 달라고 유언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조국이 독립된지 64년, 안 의사가 순국하신지 99주년이 되도록 그 '유언'을 들어드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못난 후손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형장 가는 길... 왼쪽 담 모서리에 망루가 담장 위에 얹혀 있다
사형장 가는 길에 서 있는 돌 안내판
사형수들의 시신을 내가던 북대문
사형장 크기는 10평 정도 돼 보였는데, 실내구조 등은 서대문형무소 내 사형장과 비슷했습니다. 정면에 목을 매다는 밧줄과 이를 오르내리는 도르래가 있고, 그 밑에 사각형 구멍이 하나 뚫려 있었는데 이곳은 사형수의 시신이 떨어지는 곳입니다. 그리고 그 아래 지하에는 큰 나무통이 하나 놓여져 있었습니다. 지하로 내려가는 부분을 유리덮개로 만들어 두어서 지하부분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사형 집행은 대개 이런 순서로 진행됩니다. 우선 사형수가 입장하면 신원확인을 마친 후 사형수의 평소 신앙에 따라 종교의식을 치릅니다. 이런 절차가 끝나면 사형집행관의 지시 하에 마침내 형이 집행됩니다. 간수는 먼저 사형수의 눈을 가리기 위해 얼굴에 검은 천을 씌우고는 이윽고 목에 밧줄을 드리웁니다. 그리고는 집행관의 신호에 따라 사형수가 앉은 의자의 받침대가 빠지면 순간 몸무게에 의해 사형수의 몸은 아래 지하로 떨어지게 되고 그 때 밧줄은 사형수의 목을 콱 조아 사형수를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경과되면 의사가 지하로 내려가 사형수가 사망했는지 여부를 확인합니다. 사형수의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하면 그 시신을 60~70cm 높이의 나무통에 구겨 넣은 다음 인근 공동묘지에 묻었다고 합니다. 이런 방식의 매장법은 꼭 사형수에게만 행한 것은 아니랍니다. 중국의 경우 과거 일반인들도 옹관에 쪼그려 앉은 자세로 매장한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어떤 경우는 시신을 세워서 매장한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사형장 입구, 간판에는 교형장(絞刑場)이라고 적혀 있다
사형장 내부에 늘어서서 안내원으로부터 설명을 듣는 방문객들
천정- 사형수의 목을 매다는 밧줄이 여러 갈래 천정에 매달려 있다
중간-사형수가 앉는 사각구멍이 보인다
지하-사형수의 시신이 아래로 떨어지면 담는 나무통
언젠가 서대문형무소 사형장엘 들렀을 때 한 어른이 그러더군요. 이곳엔 언제 찾아와도 늘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구요. 그런 선입견이 있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이곳도 왠지 제겐 서늘하게 느껴졌습니다. 서대문형무소 얘기가 나온 김에 한 마디 더 덧붙이면, 사형장 입구에 큰 미류나무가 한 그루 서 있는데, 사람 키가 닿을 부분 정도엔 가지가 하나도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한번 확인해 보십시오^^) 감방에서 끌려나와 사형장으로 향하던 사형수들이 이곳에서 사형장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이 나무를 붙잡고 놓지 않아서 그렇답니다.
사형 집행장 앞에는 보기에도 흉측한 나무통이 하나 전시돼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건 모조품이 아니라 진품이었는데요, 다름 아닌 매장된 사형수의 시신을 ‘통 째로’ 발굴한 것이었습니다. 웅크린 채 앉아 있는 사형수의 시신은 살은 이미 다 썩고 없고, 두개골과 팔목뼈, 다리뼈만 앙상히 남아 있었습니다. 관람자들에게 교육적 효과가 있는지는 몰라도 제가 보기엔 참으로 혐오스러웠습니다. 당시 일제는 사형수들의 시신을 유가족들에게 돌려주지 않고 이처럼 통 속에 넣어 감옥 뒷산에 묻은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나무통에 구겨넣은 채로 매장된 사형수의 시신을 발굴해 전시하고 있다
확대판-썩은 나무통 사이로 두개골과 팔목뼈 등이 보인다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이 자신의 저서 <안중근평전>을 헌사한 후 사형장을 배경으로 선 모습
출처-http://blog.ohmynews.com/jeongwh59/239867(보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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