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지역에 남겨진 수병들은 즉시 귀환하라
<칼럼>무너진 안보의식과 낙후된 국가안전관리시스템 바로잡을 기회
이종근 편집국장 (2010.03.31 11:00:50)
작전지역에 남아있는 772함 수병은 즉시 귀환하라
772 함 나와라
가스터빈실 서승원 하사 대답하라
디젤엔진실 장진선 하사 응답하라
그대 임무 이미 종료되었으니
이 밤이 다가기 전에 귀대하라
772함 나와라
유도조정실 안경환 중사 나오라
보수공작실 박경수 중사 대답하라
후타실 이용상 병장 응답하라
거치른 물살 헤치고 바다위로 부상하라
온 힘을 다하며 우리 곁으로 돌아오라
772함 나와라
기관조정실 장철희 이병 대답하라
사병식당 이창기 원사 응답하라
우리가 내려간다
SSU팀이 내려 갈 때까지 버티고 견디라
772함 수병은 응답하라
호명하는 수병은 즉시 대답하기 바란다
남기훈 상사, 신선준 중사, 김종헌 중사, 박보람 하사, 이상민 병장, 김선명 상병,
강태민 일병, 심영빈 하사, 조정규 하사, 정태준 이병, 박정훈 상병, 임재엽 하사,
조지훈 일병, 김동진 하사, 정종율 중사, 김태석 중사 최한권 상사, 박성균 하사,
서대호 하사, 방일민 하사, 박석원 중사, 이상민 병장, 차균석 하사, 정범구 상병,
이상준 하사, 강현구 병장, 이상희 병장, 이재민 병장, 안동엽 상병, 나현민 일병,
조진영 하사, 문영욱 하사, 손수민 하사, 김선호 일병, 민평기 중사, 강준 중사,
최정환 중사, 김경수 중사, 문규석 중사.
호명된 수병은 즉시 귀환하라
전선의 초계는 이제 전우들에게 맡기고
오로지 살아서 귀환하라
이것이 그대들에게 대한민국이 부여한 마지막 명령이다
대한민국을 보우하시는 하느님이시여,
아직도 작전지역에 남아 있는
우리 772함 수병을 구원하소서
우리 마흔 여섯 명의 대한의 아들들을
차가운 해저에 외롭게 두지 마시고
온 국민이 기다리는 따듯한 집으로 생환시켜 주소서
부디 그렇게 해 주소서
해군 미니홈피에 작성자 김덕규의 이름으로 올려진 글이다. 이 글을 읽은 날 바닷속에 잠겨 죽음과 사투를 벌이고 있을 46명의 수병들을 구하기 위해 안전규정도 어긴채 구조활동을 벌이다 한명의 잠수요원이 순직했다.
그리고 퇴근길...지하철에서 만난 시민들은 하나같이 우울한 표정이었다. 죽음과의 마지막 전투를 벌이고 있는 46명의 수병들과 그를 구하려다 먼저 이승을 달리한 잠수요원의 소식을 나지막히 서로에게 전하다 깊디 깊은 침묵속으로 빠져들어 지하철 안은 기계음만 들릴뿐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래...우리는 일상이라는 핑계로 사건이후 잠시 그대들을 잊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그대들의 가족들이 그대들의 생존을 빌며 울부짖는 장면이 거듭 나오는대도 가슴 속에만 묻어둘뿐 우리가 직접 물속에 뛰어들지 못한다는 이유로 다른 곳에 시선을 두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대들이 있을 그 바닷속이 얼마나 깊고 위험한 곳인가를 망각하고 SSU 대원을 비롯해 구조대원들을 하염없이 재촉만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구조하다 안되면 어쩔 수 없지라는 생각을 일말이라도 갖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공기저항의 14배에 달하는 바닷속 저항을 견뎌가며 손전등을 써도 30cm에 불과한 시계 상태임에도 손으로 더듬어가며 섭씨 3도에 불과한 바닷속 온도에 저체온증을 온몸으로 참아내며 그대들을 구하려는 일념으로 잠수안전규칙을 어기다 순직한 잠수요원의 소식을 접하고 두동강났다는 천안함의 절단면같이 가슴에 시퍼런 상처가 박혔다.
산소공급이 끊긴 밀폐공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한계시간인 69시간을 넘긴 것도 안다. 그대들의 가족들도 이제 지칠대로 지쳐 실신한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함미도 발견했고 미군도 구조에 합류했다. 민간구조대도 함께 하고 있다. 그 무엇보다 온국민이 그대들이 돌아올 것을 믿으며 절실히 기원하고 있다.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몇 개 딴들 그래서 국격이 높아진들 생떼같은 그대들의 목숨을 구하지 못하면 무슨 소용인가. 세계 최고의 조선기술을 갖고 있고 세계 최고의 반도체 수출국가라고 한들 뻔히 물속에 잠겨있는 그대들을 적정한 시간에 적정한 기술로 구해내지 못하면 무슨 기술강국인가.
이번 참사의 원인을 두고 온나라가 혼돈에 빠져있다. 일부는 북한의 공격 때문이라 하고 일부는 내부 폭발이라 하며 또 일부는 암초 때문이라고 한다. 원인 규명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그러나 그 어떤 원인이라도 그대들을 바닷속에 침몰하게 한 책임은 반드시 지게 해야한다.
더 이상 그 누구도 죽어선 안된다. 그대들도 그대들을 구조하러 간 잠수요원들도 그 누구도 더 이상 죽어선 안된다. 그대들은 살아 돌아와야 한다.
그대들이 살아서 돌아와야 우리는 무너진 안보의식을 다잡을 수 있고 그대들이 살아 돌아와야 이번에 드러난 최악의 국가재난안전관리 시스템을 바로 잡을 수 있다.
몇몇 정부 관계자들이 기자들에게 브리핑할 때 실종자 가족을 ‘유족’이라고 표현했다가 정정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실수였겠지만 해서는 안될 실수다. 실종자 가족은 물론 온국민이 받고 있는 트라우마에 소금을 뿌리는 ‘실언’을 해서는 안된다.
해군 미니홈피에 실린 글처럼 온국민이 그대들에게 명한다.
46명의 수병들이여, 귀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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