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공자에 대한 단상
정창인(독립신문 주필)
미국을 여행하면서 6.25동란 참전용사(주:한국인을 의미하는 듯함)를 만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참전용사에 대한 신분증 발급과 관련한 것이었다. 내용인즉, 신분증을 미국 영주권자에게는 발급하면서 왜 미국 시민권자에게는 발행하지 않느냐는 불만이었다. 듣고 보니 그 항의에 일리가 있었다.
6.25동란에 참전한 용사들의 경우 그들이 현재 신분과 상관없이 국가유공자임에 틀림없다. 미국영주권자이든 미국시민권자이든 모두 전쟁에 참가하여 국가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다는 사실에 변함이 없다. 우리는 이들의 국가에 대한 헌신과 기여에 대해 감사하고 또 그 공을 높이 기리는 것이지 그들의 현재 신분에 따라 또는 국적에 따라 차별할 이유가 없다.
이 이야기를 들은 어느 한 교포는 이런 경험을 말해 주었다. 자신이 영주권자 신분으로 미군에 근무할 때 첫 아이를 유산하게 되었다고 한다. 미국은 비록 그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하루도 살아본 적이 없지만 그 아버지가 미군 신분이기 때문에 국립묘지에 묻히게 주선하였으며 그것을 당연하게 여긴다는 것이었다. 이 소식을 신문을 통해 듣게 된 그 교포의 상관들이 황급히 그 장례식장에 나타나 위로하였다고 한다. 이것이 미국이 강한 이유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우리는 어찌 실제로 전쟁에 참가한 공이 있는 사람들을 현재의 신분이 미국시민이라고 하여 그 공을 무시할 수 있는가 라는 것이었다. 공감이 가는 말이었다.
대한민국은 건국당시부터 공산주의자들의 극렬한 건국방해가 있었으며 이들은 무장폭동도 서슴치 않았고 급기야 북한의 공산군은 남침 전쟁까지 일으켰다. 만약에 당시 용감하게 북한의 공산군과 싸운 이들 참전용사의 희생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전쟁 초기에 파죽지세로 밀고 내려오는 공산군 앞에서 무장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국군이 대열도 유지하지 못한 채 남쪽으로 개별적으로 후퇴 아닌 후퇴를 거듭할 때에 이들이 다시 모여 대열을 정비하고 전선으로 다시 투입된 사실에 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세계 전사상 패주하는 군에 다시 들어가 승리의 가망도 없이 전투에 임한 것은 아마 6.25동란의 전쟁이 최초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한다. 무너져 패주하는 군인들이 도망가지 않고 다시 모여 전투에 임한 이들 선배들의 희생과 용기가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그 때 망했을 것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우리는 최고의 영웅대접을 하여야 한다. 비록 이들이 선택에 의해 미국시민권자가 되었다고 하여도 이들의 나라 사랑 마음은 변함이 없으며 또 그들의 국가에 대한 공헌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현재의 신분에 따라 이들의 공적을 차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차제에 다시 국가유공자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국가유공자란 국란을 당하여 국가존립에 공을 세운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다. 특히 외침에 의해 국가가 위기를 당하였거나 내란에 의해 국가가 위기를 당하였을 때에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국가에 기여한 사람을 국가유공자로 표창하고 명예를 선양하고 보훈을 하여야 마땅하다.
그런데 단지 군에서 복무하다가 사고로 사망하였거나 단지 군에 복무한 기간이 길어 계급이 높고 근무년수가 길었다고 하여 무조건적으로 국가유공자로 표창하는 것은 국가유공자 제도의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본다. 이들에게는 다른 방법으로 그 공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6.25동란에 참전한 참전용사들은 특별대우를 하여야 한다. 그 당시의 열악한 조건에서 군에 입대하여 공산군과 싸운 것은 특별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고 또 그렇게 해야 마땅하다. 이들에 대한 대우가 현재 겨우 한 달에 몇 만 원 정도라는 것은 이들을 조롱하는 것과 같다.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이들에 대한 예우 수준을 높혀야 할 것이다. 특히 경찰을 무력화하고 관공서를 불태웠으며 국군에 대항해 무장폭동을 일으킨 광주사태 참가자들에 대한 대우가 6.25 참전용사들 보다 더 높다는 것은 우리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하다. 시급히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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