陸士와 West Point

朴 正 基

   신세키(Eric Shinseki) 大將. West Point 1965년도 卒業. 純粹 日本 血統의 하와이 출신으로 34代(1999～2003) 美 陸軍 參謀總長을 역임한 人物이다. 有色人으로는 처음으로 美 陸軍 참모총장으로 拔擢된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周邊의 注目을 끌었던 인물인데, 결국 任期를 5개월이나 남긴 時點에서 총장직을 그만둔다. 辭退 이유는 자기 所信을 끝까지 굽히지 않고 당시 國防長官이던 럼즈펠드에 맞섰기 때문이었다.

   미 육군은 이라크戰을 계획할 때, 이라크 侵攻에는 최소 30萬 以上의 地上軍이 소요될 것이므로 육군의 兵力을 大幅 增强하여야 한다고 主張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 럼즈펠드는 海, 空軍의 尖端武器만으로도 3個月 以內에 이라크를 충분히 制壓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신세키를 끝내 說得할 수 없었던 럼즈펠드는 그를 解任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後任으로는 陸軍 內 信望이 가장 두터웠던 參謀次長 킨(John Keane) 大將을 指目하자, 킨 또한 신세키와 똑같은 主張을 하면서 육군의 建議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한 自己는 총장직을 受諾할 수 없다고 고집하였다. 所信派에 고집쟁이 럼즈펠드가 물러설 리 없었다. 킨 또한 所信을 굽히지 않고 옷을 벗었다.    

   급해진 럼즈펠드, 이번에는 당시 이라크戰을 成功的으로 지휘했던 中部軍司令官 프랭크스(Tommy Franks) 대장을 總長으로 指目하였다. 프랭크스도 똑같은 육군의 주장을 들고 나왔고, 所信이 貫徹되지 않자 총장 자리를 눈앞에 두고도 옷을 벗었다.

   고집쟁이 럼즈펠드, 그래도 누군가는 자기 뜻을 따라줄 것이라고 周邊을 둘러보았으나, 現役 대장들은 모두가 자기를 外面하였다.

   방법이 막막해진 럼즈펠드, 할 수 없이 豫編한 지가 5년이나 된 스쿠메이커(Peter Shcoomaker) 豫備役 大將에게 총장직을 委囑하였고, 迂餘曲折 끝에 35代 미 육군 참모총장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 미국이 이라크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 地上軍에 의한 初戰 승리에 이어 전후 治安을 담당할 充分한 兵力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注目하고 싶은 대목은 미 육군 幹部들의 氣魄과 處身이다.

    얼마 전 한국의 左派 政府는 미 측으로부터 韓美聯合司 解體 합의를 끌어내는데 성공하였다. 쉽게 말해서 한반도 安保의 대들보를 빼내버리는 어처구니없는 行爲를 韓國의 政府가 나서서 해치운 것이다. 처음 미국은 어른스럽게 해체의 再考를 종용하였다. 그러나 大統領까지 나서서 “主權回復이다”, “自主國防이다”라고 國民을 誤導하고 나서자, 미 측은 ‘의정부 장갑차 사건’의 再發을 두려워한 나머지 터무니없는 일인 줄 알면서도 同意를 해버린 것이다.

   韓美聯合司는 周知하는 바와 같이 韓國軍과 美軍이 同率로 補職된 特異한 戰爭機構로, 韓半島 유사시 自動的으로 作戰을 開始하는, 世界的으로 類例를 찾아볼 수 없는, 가장 效率的인 韓美 양국의 聯合司令部인 것이다.

   或者는 1953년에 締結한 韓美相互防衛條約이 있는데 聯合司 解體가 무슨 문제가 되겠느냐고 쉽게 얘기한다. 그러나 우리는 歷史的 敎訓을 통해 國際政治의 現實과, 소위 國家 間의 방위조약의 限界와 實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39년 9월 1일, 2,000대의 전차와 1,800대의 항공기를 앞세운 莫强한 나치독일군은 宣戰布告도 없이 폴란드 國境을 넘어 쳐들어갔다. 불과 3일 만에 폴란드군의 주력은 殲滅되고, 뒤이어 參戰한 스탈린과 함께 폴란드를 分割 占領해 버렸다.

   그런데 이 때 폴란드는 이미 프랑스는 물론 英國과도 相互防衛條約을 맺고 있는 상태라, 영국과 프랑스는 지체 없이 對獨 宣戰布告를 하고 폴란드를 救했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영국이나 프랑스는 폴란드의 軍事力이 완전히 潰滅된 3일 후에나 선전포고만 했을 뿐, 實質的인 軍事介入을 못한 채 同盟國 폴란드가 멸망하는 것을 傍觀하였던 것이다.

   聯合司가 해체되면 소위 ｢作計 5027｣이 自動的으로 白紙化된다. 5027의 白紙化는 오키나와, 괌 및 美 本土로부터 動員 計劃된 막강한 美 海, 空軍과 地上軍의 增援도 保障받을 수 없게 된다. 뿐만 아니라 核 雨傘의 保護 근거도 消滅된 상태에서 우리는 火力과 兵力에서 2倍가 넘는 北傀軍과 홀로 맞서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情報能力, 戰爭計劃 開發能力 등 自主國防은 고사하고 獨自的인 戰爭 遂行조차 어렵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뿐만 아니라, 北은 絶對武器인 核으로 우리를 威脅하고, 中國은 소위 東北工程으로 韓半島 전체를 넘보고 있는 危急한 狀況에서 우리의 安保를 保障할 裝置는 聯合司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左派에다 親金正日 勢力이라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 國防의 核心 幹部들은 이러한 國家的 危機에 어떻게 對處하였는가 이다. 國家의 안보를 危殆롭게 하는 事態 앞에 과연 몇 사람이나 몸을 던져 이를 沮止하려 했던가? 美 陸軍 지도자의 氣魄과 處身을 뒤돌아 볼 때 참으로 낯 뜨거운 우리의 現實이 아닌가?

   나는 이 자리에서 새삼스럽게 우리 後輩들의 허물을 탓하려는 뜻은 秋毫도 없다. 人間은 原初的으로 本能의 지배를 받는 것이요, 公보다는 私를 앞세우는 게 현실이다. 그게 사람의 眞正한 모습이다. 참사람은 그저 되는 게 아니라 오직 敎育의 産物일 뿐이다. 그래서 學問을 위해 서울대학이 있는 것이요, 國防을 위해 陸軍士官學校가 있는 것이다.

   任官 50周年을 맞이하여, West Point는 키워낸 ‘人物’들을 어째서 우리 陸士는 育成하지 못하였는가를 한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은가?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서 남의 얘기를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게 우리 先祖들의 가르침이다. 그 가르침을 굳이 拒逆하고자 함이 아니라, 나를 包含하여 우리 모두의 處身에 허물은 없었는지, 또 우리 陸士 敎育에 문제는 없었는지를 自省하기 위해 감히 해본 苦言이니 海諒있기를......

                                                                    (2008.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