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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수덕·자영업
우리가 어릴 때는 영어 하나만 잘하면 먹고산다고 영어에 목숨을 걸었다. "지금도 그러한가?"라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하고 싶다. 영어 조기교육, 영어연수, 영어 과열로 초등학생도 영어를 잘한다. 수학은 100점이 한 반에 한두 명이지만, 영어 만점은 반이 넘는다. 외국어 평가기준은 생활영어와 시험영어 두 가지가 있다. 현재 초등학교 때는 생활영어, 중학교 때부터는 생활영어, 시험영어 두 가지 영역으로 배운다.
시험영어 위주의 수업은 지난 학력고사 시절 방식인 '문법, 독해'이고 생활영어 방식은 '말하기, 듣기, 쓰기' 시험이다. 현재는 두 가지 방식을 혼용하고 있다. 생활영어 수업은 교육 당국이 시행하고 싶다고 해서 하는 게 아니다. 막대한 사교육비와 엄청난 전문영어 교사가 필요하다.
국회의원, 시장의 선거공약 중 하나가 "우리 지역에 특목고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10월 27일자 A35면 사설에서는 더 많은 외고를 만들어서 가난한 아이들이 더 많은 기회를 누리게 하자고 주장했다. 기회의 평등,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려면 교육이 더 많은 인재를 길러내는 수밖에 없다는 논지였다.
그러나 필자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외고를 폐지하고 그 설립 비용으로 일반고 학생의 영어 수업비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필자가 살고 있는 지역도 지자체가 엄청난 돈을 투자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일부에게만 주는 것이 아닌가? 외고를 지원하지 않은 학생 중 영어를 잘하는 학생도 있다. 그러나 문·이과 선택 전이고, 내신이나 경제적인 이유로 지원을 못하는 것이다. 이제 영어는 과거처럼 잘하기만 하면 취직도 잘 되고 평생 먹고살고 하는 영역에서 필요충분조건으로 바뀐 지 오래다. 영재고, 과고도 영어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과, 문과 구분 없이 영어는 필수 과목이다. 외고 졸업 후 그들이 대학 진학 시 언어영역 외 타과를 진학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을 문제 삼을 수 없다. 하지만 모든 분야에서 영어가 기본이고 글로벌 인재가 꼭 외국어 전공이어야 한다는 주장은 잘못이다.
빈대 잡는다고 초가삼간 태울 수는 없다. 외고 폐지한다고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한다는 발상은 접어야 한다. 사교육비 절감은 공교육 회복이다. 외고를 폐지하고 지자체가 부담하고 지원하는 돈으로 일반고 영어수업의 질을 높여야 한다. 지금 초등학교 6학년 영어수업 수준이 사교육 시장에서 초등 3학년 수업과 같다. 참담하다. 그래서 시험을 치르면 절반 이상이 100점이다. 그러니 모두 학원 가서 영어수업을 받는다. 정두언 의원이 사교육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 수고가 많다. 그러나 모든 게 공교육에 달려 있다. 차라리 영어도 잘하고 과학, 수학을 잘하는 학생을 집중 육성해 그 학생을 글로벌 인재로 키워 국가 장래를 책임지게 하는 게 더 좋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