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딸린 대형 자가용을 자주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지난해부터 자동차의 연료인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면서 경유를 쓰는 SUV(Sport Utility Vechicle)의 승합차로 자가용을 바꾸어 보았습니다. 경유차가 승용차보다 연비가 10% 정도 우수할 뿐 아니라 경유가 휘발유보다 약 20% 정도 저렴할 때 차를 바꾸었으므로 약 30% 정도의 연료비 절감효과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금년 초 경유의 국제가격이 휘발유보다 높아지는 바람에 경유가격이 휘발유가격보다 높아진 후엔 종종 멀리  일을 보러 나갈 때에는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하곤 합니다. 연료비의 변화로 기사가 딸린 대형 자가용의 이용자가 된 셈입니다.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해보니 좋은 점도 많이 있습니다. 직접 운전을 할 때는 생각할 수 없었던 독서를 많이 할 수 있게 된 것이나 차 안에서 잠깐 졸 수 있는 달콤한 휴식이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더욱이 고속버스를 이용한 지방 외출은 버스전용차선 때문에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보다 시간이 절약될 뿐 아니라 가계 부담까지 줄이는 덤을 얻었습니다. 또 하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되면서 평소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신문의 구석구석까지 자세히 보게 되면서 문화적인 면에 새롭게 관심을 갖게 된 점도 있습니다.

 정조시대의 화가 혜원 신윤복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모 TV 드라마인 ‘바람의 화원’을 보셨는지요. 정조와 전임 왕인 영조의 후궁 간에 발생하는 갈등까지 세밀하게 끄집어내고, 영조의 후궁 친척들이 왕까지도 쥐락펴락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영조시대의 일을 숨기기 위하여 단원 김홍도와 대척 관계에 있다는 설정이 그럴 듯합니다. 역사적으로 얼마나 고증이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일반인들에게 여러 가지 착각을 하게 할 수 있는 많은 문제점들이 있는 것만은 확실한 것으로 보여 집니다. 엉뚱하지만 그 드라마를 보면서 요즘 우리 경제정국을 곰곰히 비교해 보곤 합니다.

 경제가 어려워지니 모두가 희생양인지 속죄양인지를 필요로 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과 같이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경제와 관련된 관료들은 모두가 욕을 먹게 되어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강만수 장관이 잘 못한다는 사람들도 있고, 한국은행의 이성태 총재가 노무현의 마지막 남은 독일병정으로 꼬장을 부리고 있다고 악평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물러 터져서 금융기관들을 제대로 장악을 하지 못해서 그렇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시중에서 회자되는 소문은 강만수 장관을 가장 열심히 물어뜯는 사람들은 이헌재를 비롯한 정통 재무 관료들인 모피아 세력이라고들 합니다. 강만수는 단원 김홍도가 도화서의 주류세력에 속하지 못했던 것처럼 재무부의 정통파에 속하지 못하고 IMF위기에서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고 쫓겨 나갔던 사람이라고 합니다.

 저야 재무부의 관료도 아니었고 재무부에 아는 사람도 별로 없기에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모피아에 거론되는 몇 사람들이 끼리끼리 권력을 휘두르고 정경유착을 해 왔던 것을 가까이에서 지켜 본 적은 있기 때문에 근거 없는 일은 아니리라 추측되기도 합니다. 강만수 장관은 제도가 제대로 갖추어 지지 않아서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그리고 금융감독원과의 업무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여 집니다.

 그런데 여권 내부에서조차도 강만수 장관을 감싸주기는커녕 오히려 앞장서서 해임을 요구하고, 지나간 모피아의 대부 이헌재 장관을 다시 기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사람도 있는 것 같습니다. IMF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많은 일을 하기도 하였지만 사적인 감정 때문에 대우그룹을 해체하고, 재무정보를 조작하면서 외환은행을 론스타에게 헐값으로 팔아넘기는 바람에 사법부의 심판을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지금의 위기를 수습하는 일을 다시 맡겨 보자고 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판단하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여름 미국방문 중에 느꼈던 이야기를 하고 지나가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미국의 중심 뉴욕, 그 중에서도 가장 번화한 맨하탄에서 지하철을 타면 놀라운 사실들을 접할 수 있습니다.  우선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에 깜짝 놀라게 됩니다. 만약 한국에서 지하철 탑승 중에 휴대폰이 안 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요? 아마도 수많은 사람들이 지하철공사를 향해 불평을 쏟아 내리라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휴대폰이 안 되니까 조금 답답했지만, 곧 차 안이 조용해서 무척 편안한 시간과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가지 더 미국의 지하철 구내에는 냉방이 되지 않았습니다. 무덥고 후덥지근한 공기가 처음에는 매우 괴로웠지만 그것도 역시 익숙해지고 나니까 그런대로 견딜 만 했습니다. 스크린 도어도 물론 없었습니다. 계단 옆에 에스컬레이터도 찾아보기가 어려웠습니다. 세계에서 제일 잘 산다고 하는 미국의 심장 뉴욕이 이렇게 불편한 환경인 것은 참으로 의외였습니다.

 돌아오자 새삼스럽게 지하철은 물론이고 은행을 비롯한 관공서의 쾌적한 물리적 환경이 저를 당황하게 하였습니다. 반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고객이 번호표를 받고 한참이나 기다리고 있는데도 아무 일도 않으면서 지켜보기만 하는 뒷줄의 직원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고객을 응대하는 직원들은 소수만 지정되어 있는지 대리, 과장, 차장들은 아예 고객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비정규직을 제일 많이 쓰고 있는 은행에서는 상대적으로 빈약한 급여를 받는 하급 직원들만이 고객을 상대하도록 업무규정에 명시가 되어 있는 가 봅니다.

 이번에 한국은행에서 임금인상이 물가상승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발표하였습니다. 임금과 유가와 환율을 비교한 결과 지난 3년간 임금인상이 물가상승의 가장 큰 이유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금융기관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급여수준이 높은 한국은행이 물가상승의 주범이었다는 사실을 고백을 한 셈이 되는 것입니다.

 전에도 제가 여러 번 주장하였지만 우리나라의 금융기관들은  국가 경제를 저해하는 역할을 자임하고 있습니다. 금융기관의 대졸 초임이 일본보다 60%나 더 많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국내의 제조업체에 비교하여서도 지나친 고임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대졸초임 연봉이 4,000만원을 초과하였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대기업의 초임이 3,000만원 수준이고 중소기업은 2,000 만 원 대라고 합니다. 사회복지 계통이나 유아교육 쪽으로 가면 연봉이 그나마도 1,500 만 원 선입니다.

비록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돈에는 조국이 없다. 금융재벌은 무엇이 애국이고 고상함인지 따지지 않는다. 그들의 목적은 오로지 이익을 얻는 것이다.”라고 악평을 한 바도 있지만 조금만 이익이 나면 나누어 먹기에 여념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대통령께서 젊은이들에게 눈높이를 낮추어서 다양한 직종에 도전을 하라고 권유하여도 씨알이 먹히지 않는 것입니다. 이런 금융기관들에게 하는 수 없이 또 정부는 국민들의 혈세로 공적자금을 퍼 부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공적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이번에야말로 정부가 금융기관들의 도덕성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아야 할 것입니다.

 종교기관인 교회에서조차 목회자 사례비가 성도들의 평균치 소득을 넘으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거론되는데, 제조업체나 중소기업을 주 고객으로 삼고 있는 금융기관들이 고객인 제조업체보다 급여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더구나 젊은이들이 근무여건과 급여수준의 차이 때문에 제조업체를 기피하고 금융기관을 선호하는 바람에 국가경쟁력이 약화되어 가는 것은 매우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이제 금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지난 세월 국가와 가족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뛰어 온 여러분들입니다. 성실했던 우리의 젊은 날들이 오늘 이 땅의 풍요로움을 선사했던 것처럼 우리의 남은 삶은 젊은이들의 정신적 풍요를 위해 좋은 삶의 본을 보여야 하리라 생각해봅니다.

 남은 2008년 마무리 잘하시고 잦은 송년회에 건강해치지 않도록 유의하시며, 밝아 오는 새해에는 모두 하시는 일마다 항상 좋은 결과를 맺게 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2008 년 12 월  19일

                   분당우거에서     Hyoeung  올림

Hyoeung 인형께,

모처럼, 마치 옛 국어 교과서에서 배우던 중후한 수필을 연상케 하는, 멋진 편지 글을 받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중에서도,
지난 2005년 우리가 < 국립창극단의 "윤봉길의사 청년시대" 중국 4대도시 순회공연 >을 위해 북경에 갔을 때의 일이 떠오르네요..

그 때,우리의 중국 Agent 회사 (人民日報사장의 부인이 대표인 회사로,이들이 있어야 공연허가와 극장대관이 가능함)가
터무니없이 많은 Fee를 그것도 공연단 출국 일주일 전 쯤에 갑자기 추가요구하여 ,그걸 깍으려고 한 주간에 두번이나 북경을 오가며 협상해도 안되어서,

그 Fee부분은 사전송금 하지 않고 여행자수표로 가지고 가서 한번 더 절충을 시도한 적이 있는데...그러다 보니 북경공연 전날 中國工商銀行에 함께 가서  US$ 수표를 환전하여 중국 돈으로 지불 해야만 했지요.

그날은  일요일 인데도 은행이 열려 있고 정상업무를 하고 있는게 이상해서 물어 봤어요.
"중국이 주 5일제 (과잉 노동력과 정치적 이유로 1996년부터 도입 시행) 를 한지가 오래된 걸로 아는데,왜 일요근무를 하느냐?"고.
답변인즉 "은행 직원들이 3분의1씩 인가 돌아가며 휴일에 나와 연중무휴로 고객의 편의를 도모한다"는 거예요.

나도 모르게 무릎을 쳤지요.
"아! 중국경제가 이래서 요원의 불길처럼 솟구쳐 일어나는구나!"하고...

그런데 우리 은행들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우리나라는, 은행노조가 노동쟁의를 급속도로 확대시키며  밀어부쳐 2004년 7월1일 주 5일제(=주 40시간제)를 시작했는데...
은행이 이렇게 되니,주 고객인 시중 자영업자 등을 포함한 상공업 전반이 불편을 겪으면서
주 5일제를 따르지 않을 수 없게 되었지요.

나는 우리가 선진국 문턱에서 답보하고 있는 중요한 원인의 하나가 은행 이기주의에 있다고 믿습니다.
주5일제가 세계적 추세이고 주 40시간제와 맞물려 그 시행이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좀 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시점에, 주 5일제 조기도입에 앞장선 은행은 반성하고 참회해야 합니다.  

박정희식 경제개발 모델을 뒤따라 온 중국과 사실상 경쟁관계에 있게된 우리 경제를 활성화 하려면, 이제 우리가 오히려 중국은행의 "365일 가동 시스템"을 벤치마킹해야 할 것이라 생각되는 대목입니다. 주 40시간을 지키면서도 연중무휴 가동이 얼마든지 가능하니까요.

나는 작년 대통령선거 때 이런 얘기를 한나라당 선대본부에 공약안으로 제시했지만 반영되지 않았지요. 그 후의 경위도 알 수 없구요.

남형께서 지적한 대로, 우리 금융계의 문제는 또 여럿 있지요.
그들의 근무환경과 업무량 그리고 각종 부대적 처우등 모든 것을 감안할 때, 터무니 없이 많은 돈을 받아가고 있는데 ,그것은 결과적으로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 투입을 불러오는 요인이 될 것이니까요.

은행들이 합병할 때 보면 그 많은 지점들과 인원을 축소 조정하며 재편하는지 의문이구요.
은행이 대출심사할 때는 첨단 기업경영분석 기법을 냉혹하리 만큼 구사하고 있는데,
가끔 은행 자신의 경영분석이나 업무평가를 그렇게 해 보는지도 의문입니다.

남형 말대로 은행에 가 보면 한가한 관리자가 비교적  많이 눈에 들어오는데,
본점의 임원들은 눈을 감고 사는지?
또 내,외부 감사와 주총의 역할은 왜들 그 모양인지?
자고로,국가든 기업이든 신상필벌 제도가 확립된 조직은 망하는 법이 없거늘...

답장이 넘 길어졌네요.
즐거운 성탄과 희망찬 새해가 되시길 빌면서,
이만 줄입니다.

2008-12-22        우면산 자락에서                     Hweenam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