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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3.28 / 조선일보
작년 日 공민·지리 교과서 이미 모두 '독도 일본땅' 주장, 그래도 우리 영토임은 불변
일본의 속셈은 '분쟁지역화'… 일희일비 장단 맞추지 말고 학문적 반박과 치밀한 교육을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뒤통수' '침탈 수순' '제국주의적 망령 부활' '규탄'… 27일 일본 문부과학성의 고등학교 교과서 검정결과 발표와 관련하여 우리 언론에 등장한 단어들이다. 이런 표현들에서는 독도를 빼앗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해 온 일본이 이제 곧 독도를 빼앗으려고 달려들 것 같은 긴박감이 느껴진다. 일본의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이 교과서 기술로 확산되는 등 일본의 도발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 교과서에 독도가 기술되는 것이 왜 문제인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차분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교과서 검정 일정을 고려하면 이 문제는 앞으로 매년 반복될 텐데, 잘못된 대응은 오히려 화를 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검정결과를 보면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주장을 기술한 사회과 교과서는 전체의 53%이다. 그런데 이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 검정을 통과한 중학교의 모든 지리와 공민 교과서에 독도가 일본영토라는 내용이 기술되어 있고, 일본정부의 독도에 대한 공식견해는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인데 한국이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 교과서에 아무리 독도가 일본 영토라고 기술이 되어도 우리가 독도에 대해 영토주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일본의 초·중·고 사회과 교과서가 1980년대부터 남쿠릴열도(북방 4개 섬)가 일본 고유의 영토이고 러시아가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고 기술해 왔지만 현실적으로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즉, 영유권 문제에 관한 한 교과서는 교과서일 뿐이다. 일본 교과서에 기술된다고 독도가 일본 영토가 될 만큼 허약한 대한민국이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교과서로 배운 일본 학생들이 독도에 대해 잘못된 영토인식과 역사관을 갖게 되고 이것이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 발전을 어렵게 한다는 데 있다. 유네스코가 1970년대부터 교육은 '국제이해와 세계 평화 증진'에 기여해야 하고, 국가 간 모순과 긴장의 기저를 이루는 경제적·정치적 성격을 띤 역사적·현실적 요인에 대해서는 '비판적 분석'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온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일본 교과서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일본의 독도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하지만, 일본의 도발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다 보면 일본의 장단에 놀아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일본이 원하는 것은 국제사회에 독도가 분쟁지역이라고 알리는 것이다.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를 보면 일본정부가 담당 장관까지 둔 남쿠릴열도에 대해서는 일본어로만 자료를 게재하고 있는데 반해, 독도는 10개 국어로 자료를 만들어 게재하고 있다. 이것은 현재 일본의 독도전략 핵심이 홍보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독도에 대해 영토주권을 행사하고 있는 한국이 일본의 장단에 맞출 것이 아니라 우리 장단에 맞춰 독도를 관리하고 활용해가면 된다.
그렇다면 교과서 문제는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먼저 학술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독도가 일본 고유영토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자료를 통해 얼마든지 반박이 가능하다. 일본정부도 교과서가 학문적 성과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점을 고려하면, 일본 교과서 집필자가 이런 자료를 접하고 학문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우리 학생들이 독도에 대해 정확한 지식과 논리를 갖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독도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 학생들을 능가할 정도의 압도적인 지식과 논리를 한국 학생들이 갖는다면 자신감을 바탕으로 일본의 영유권 도발에 대해 냉정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