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무역 흑자 5월이 유일… ‘셀 코리아’로 이어지며 주가 폭락

미·중·일 수출의존도 너무 높아… 신흥시장 공략 등 대상 다변화를  

올 들어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서 외국인들이 한국 경제의 경쟁력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기 시작했고 이것이 서브프라임모지기 사태의 급진전과 맞물려  ‘셀 코리아’로 이어졌다.

그 결과가 외환위기 이후 최대 폭의 환율 급등과 주가 폭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수출에서 흑자를 내는 것이 한국 경제에서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외환 위기 이후 오랫동안 잊어버리고 있다가 다시 한번  “자력으로 외환을 보유하기 어려운 한국은 수출이 정말 중요하다” 것을 온 국민이 뼈저리게 체험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0월 14일 사공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 이희범 무역협회 회장 및 회장단, 무역업계 대표 30명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내놓은 대정부 건의를 보면 대한민국이 얼마나 수출을 홀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국제종합물류 김성중 대표는 “동탄 제2신도시 중앙에 조성 중인 50만평 규모의 골프장을 이용하게 될 소수의 회원들을 위해 500여개의 회사가 이전을 해야 하느냐”고 성토했다.

서경 이병항 대표는 “작년 말 환변동보험에 가입한 업체는 KIKO에 가입한 업체보다 영세하다.

환차손이 심각해 해약이 가능하도록 정부가 조치를 취해주길 바란다고”고 주장했다.

최근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 경제의 대외 의존도는 1990년대 초반 50% 수준이었으나 2002년에는 71.6%, 2004년에는 86.2% 그리고 지난 3월에는 94.2%를 기록하고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무역길이 막히니 경제가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행히 10월 29일 한국은행과 미국 FRB가 300억달러 통화스와프협정을 체결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 경상수지가 유가하락, 원·달러 환율상승에 힘입어 10월부터는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것은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할 수 없다.

흑자기조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높이는 게 관건이기 때문이다.

고질적인 경상수지 적자 탈출을 위한 해법으로는 먼저 수출 시장 다변화가 꼽힌다.

미·중·일 세 나라 수출 비중이 2008년 1월에서 9월까지의 수출액을 기준으로 39.7%에 달하기 때문이다.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전략적인 비즈니스 외교를 강조했다.

“올해 이명박 대통령이 한반도 주변 4대 강국을 돌면서 비즈니스 외교를 펼쳤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내년에는 개도국이나 신흥 시장에 고위급 관료들이 방문해서 비즈니스 외교를 펼쳐야 한다”며

“정부의 노력과 더불어 코트라(kotra)나 중소기업진흥공단이 개도국을 상대로 전시회나 상담회를 열어

수출의 문을 적극적으로 두드려야 비로소 수출 지역 다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06년 기준으로 한국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로부터의 수입 비중은 1.5%로 일본과 중국의 2.1%와 3.3%에 뒤지고 있다.

전세계 다이아몬드의 60%, 인산염의 40%, 그리고 코발트의 30% 등 희귀 광물자원의 보고로 알려진 아프리카와 같은 자원부국으로부터 광물자원의 수입을 적극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수출 지역 다변화를 잇는 경상수지 적자 개선 전략으로는 맞춤식 수출 전략이 있다.
코트라 보고서에서, 북미, 유럽, 중국, 일본 시장에서 현지 시장에 밀착해 품목을 다양화해야 한다.

가령 미국은 틈새시장을, 유럽은 에너지 절감 상품, 중국은 첨단 제품, 일본은 기계 부품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식이다.

 “자동차, 반도체 등 기존 주력 품목에서 글로벌 경기 침체 시대에는 각국에 맞는 현지 밀착형 품목을 공략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2.  신뢰의 위기

‘달러 가뭄’ ‘키코대란’ 등 손 놓고 있다 문제 터지면 늑장 대응

부처 간 엇박자도 문제… 금융정책 일관성 유지해야 신뢰 회복

“경제 주체 간 신뢰가 없는 게 제일 큰 문제다. 금융시장에선 신뢰가 곧 생명이다.”

대다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이번 금융위기에 늦은 대응과 타이밍을 놓친 정책이 여러 경제 위기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외환위기 수준의 ‘외평채 10억달러 발행 시도’와 ‘달러 가뭄’, 중소기업들을 부도 위기로 몰아넣은 ‘키코(KIKO)대란’ 등이 꼽힌다.
특히 정부의 외환 정책은 주요 비판 대상이다.

정부의 외환 정책이 ‘달러 퍼내기’에서 적극적인 ‘달러 끌어안기’로 급변한 것은 지난 7월부터다.

단기 외채 급증을 걱정해 달러 유입을 막아보려던 정부가 갑자기 시장에 달러가 부족하다는 인식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금융 시장을 뒤흔들었던 ‘9월 위기설’도 정부의 뒤늦은 대응으로 지적된다.

9월 위기설은 갑작스러운 게 아니었다.

이미 여러 달 전부터 떠돌다 8월부터 현실적 위협으로 부각됐고, 9월 1일 ‘한국에 검은 9월이 닥치고 있다”는 영국 더 타임스의 보도를 보고, 외환 당국이 뒤늦게 긴급회의를 열었지만 때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정부의 엇박자도 문제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서로 다른 메시지를 주고 있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10월 11일부터 개최된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나란히 참석했다.

문제는 총회 마지막날인 10월 13일 두 사람이 각각 기자간담회를 갖고 현재 위기에 대한 상반된 견해를 밝혔다는 것.

금융 분야의 양대 수장이 정책 기조에 대해 상반된 의사를 표명한 셈이다.

“금융 정책의 일관성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지름길인데 현재 금융 정책은 일관성이 없다”

그는 “결국 정책의 일관성 유지가 중요하다. 그래야 경제 주체들이 시장을 예측할 수 있고 예측이 나와야 투자도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다. 정부에 대한 신뢰는 그 후에 비로소 생겨난다”고 했다.

한국 경제의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경제 부총리 신설을 통한 접근보다는 정책 입안자들 간에 조율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그래야 정부에 대한 신뢰가 회복될 수 있다”

지난 10월 15일 에스코 아호 전 핀란드 총리는 “금융위기 상황에서 너무 낙관적인 생각은 경계해야 하며 정부는 가장 비관적인 예측을 한 다음 이를 기준으로 해결책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위기 상황에서 정치적 결정을 적시에 내리는 게 상당히 어렵다”며

“정부는 여론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북유럽의 경제 강국 핀란드도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데 15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3  ‘한국 흔들기’  왜?

 외신 홍보담당 고작 4명… 오보에 대한 정부의 무대응도 문제

외신의 ‘한국 흔들기’가 잇따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8월 13일 “한국의 외채가 4000억달러를 넘는 등 외환위기 당시와 유사한 상황”

영국 더 타임스는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IMF가 권장하는 적정 외환보유고인 9개월 수입액에 못 미친다”

그러나 실제 IMF가 권장하는 적정 외환 보유고는 3개월 수입액인 것으로 드러났다.

10월 8일 다우존스는 “피치가 한국계 은행에 ‘지급불능(Insolvency)’ 징후가 있다고 평가했다”고 보도 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외신들의 잇따른 오보는 ‘건전한 비판’의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도 적잖아 ‘악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온다.

해외 언론 보도 이후 외국인들의 한국시장 이탈이 가속화하면서 환율 폭등, 주가 폭락의 악순환이 전개되고 있다.

현재 기획재정부의 홍보 업무를 외신업무팀 4명으로 한국 경제 제대로 알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5.  기업 규제를 풀라

OECD국가 중 유일하게 한국만 외국인 직접투자 3년째 감소

수도권 규제완화 급선무… 지방도 세제지원으로 투자 유인을

미국 금융위기를 계기로 규제강화론이 힘을 얻어 금융산업에 국한되는 양상이나 산업 분야로 확산될 공산도 적지 않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0월 18일자에서 금융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강력한 규제 강화가 떠오르고 있지만 단순히 규제 강화만으로는 현재의 금융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오히려 한국 경제의 회복을 위한 조건으로는 감세와 규제 완화가 꼽힌다.

“침체에 빠진 부동산 시장을 조기 안정시키고 부동산 금융 부실 확대를 차단하는 한편,

현재 추진 중인 감세와 규제 완화 등과 더불어 적극적인 내수활성화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이 경우 한국 경제는 2009년 하반기를 전후해 빠른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한국 경제는 거꾸로 가고 있다.

OECD 국가 중 한국만 유일하게 FDI(외국인 직접투자)가 감소하고 있다.

인베스트코리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전체의 FDI는 전년 대비 30% 증가하는 등 4년 연속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데 유독 한국의 FDI는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들의 투자가 필요한 한국의 입장에서는 M&A(인수합병)를 통한 투자보다는 실질적인 고용 창출이 이뤄질 수 있는 그린필드식 투자가 낫다.

그런데 한국은 외국인이 투자하려 할 때 여전히 불필요한 규제가 존재한다”며

“외국인 투자 승인 시 불필요한 절차를 없애고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수도권 규제 완화는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역별 외국기업 수는 2008년 6월 현재 1만5549개 기업 가운데 수도권에 전체의 83.9%를 차지하고 있다.

경기도는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경기도에서 해외로 나간 기업체는 6128개인 반면

지방으로 이전한 기업체는 324개에 불과하다고 설명한 뒤

“수도권 규제에 따른 기업의 지방이전 효과는 미미하다”고 밝혔다.

“IMF 후 각종 규제가 완화되면서 외국 기업과 한국 기업 사이에 역차별 부작용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 보다는 세부적 접근을 통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방에서의 창업과 기업의 지방 이전을 활발하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지방 이전 기업과 창업 기업에 좀 더 많은 혜택을 부여하고,

지자체는 인허가 절차의 간소화 등 규제완화에 노력해야 한다.

또한 지방의 경제자유구역 등에 보다 많은 외국자본이 들어올 수 있도록

규제완화, 세제지원, 정주여건 개선 등이 적극 이뤄져야 한다.

한국은행은 최근 “현 정부 5년간 각종 규제를 연평균 6%씩만 완화해도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현재보다 1%포인트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경제위기 속에 기업 투자 규제 완화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나 규제의 양적 감축이 아니라 불합리하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를 과감히 폐지하는 것이다.

정부는 국민의 보건 안전, 환경 보호, 경제 사회적 약자의 보호 등을 위해 필요한 규제는 강화하되 규제의 품질은 높이는 안목이 필요하다.

규제 완화는 이미 우리 사회에서 수없이 거론돼온 사안이다.

규제 완화 방법을 몰라서 못 하는 게 아니다.

문제는 우리의 의지다. 실천만이 대한민국을 나락에서 건져 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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