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그녀들의 4박 5일,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 기자단 ‘울림’ 12명의 기자단 중, 세 명이 독도로 떠났습니다. 세계의 어떤 누군가에게는 무인도로 알려져 있을 독도에서 4박 5일간 살아보기로 했습니다. “독도에서 일주일만 살아보자.” 이 한마디에 시작된 프로젝트 입니다. 독도가 대한민국 땅이라는 말은, 우리 국민에게 너무나 익숙합니다. 이제 그 익숙함이 우리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세계의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통하도록 하기 위해 그녀들은 떠났습니다. 이들이 독도의 IP로 보내올 소식들, 그리고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독도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아직은 깜깜한, 새벽4시 30분. 덕수궁 대한문 앞에는 8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이들은 모두 울릉도를 거쳐 독도에 가고자 모인 사람들이다. 커다란 짐보따리를 든 우리도 이 속에 함께 있었다. 

 
<묵호 행 버스 안, 출발 전 모습>

서울에서 묵호, 울릉도를 거쳐 독도까지 오는 동안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이들 중에는 온전히 관광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도 있고, 독도수호를 외치기 위해 발걸음하는 사람도 있다.

“독도가 젤루 예쁘자너”

묵호에서 울릉도로 가는 배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아주머니 세 분이 눈에 들어왔다. 서울에서 오셨다는 아주머니들은 저마다 멋쟁이셨다. 산악용 의류를 차려입은 아주머니, 꽃분홍색 점퍼를 입은 아주머니...

 
<서울에서 친목계 모임으로 관광오신 아주머니들>

카메라에 이 분들의 모습을 담으려 하자 “저거(바다 배경) 찍으려는 거야, 아님 나 찍는거야?”라고 물으시며 카메라를 봤다. 허락도 받지 않고 사진을 찍는다며 나무랄까 봐 내심 걱정하고 있는데, 그 옆의 아주머니, “사진 찍을 거면, 이리와서 나 좀 찍어줘” 라며 핸드폰을 내밀었다.

아주머니의 손에 들린 핸드폰은 어느 새, 내 손에 와 있고 아주머니는 철망 너머 독도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친목계원들과 관광차 독도에 방문한다는 아주머니는 “독도 앞 바다가 제일루 예쁘자너! 그래서 왔어!”라시며 바쁘게 배로 뛰어갔다. 우리도 함께 탈 거라는 말을 채 하기도 전에 서둘러 가는 모습에서 독도에 가시는 설렘을 느낄 수 있었다.

배 안에서 독도가 눈에 들어오자 사람들은 일어나 창가 쪽으로 몰려갔다. 독도의 모습에 감탄하기도 하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독도에 도착한 사람들>

“독도는 우리땅이다!“

드디어 동도 접안에 성공.

동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람들은 당연 독도수호를 외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옷을 동일하게 맞춰입거나, 이채로운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한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각 지역에서 온 문화지킴이가 플랭카드와 태극기를 들고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동도에 도착해 독도수호를 염원하는 사람들>

몇 차례의 구호 끝에 지킴이들은 동도를 배경으로 한 기념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20~30분이 지나면 울릉도로 가는 배를 타야 하는 시간적 제약 때문에 몇 차례의 구호와 기념사진 찍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사람들. 분명 독도가 우리나라 땅임에도 시간. 공간적 제약을 받아야 하는 우리들.

승선시간에 맞춰 서두르는 사람들을 보며 뱃 속 깊숙한 곳에서 시작되는 저릿함을 느끼며, 4박 5일을 이 곳 독도에서 생활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안녕~ 다시는 오지마아"

돌아가는 사람들을 배웅하는 사람 중에, 독도 민간인 김성도 씨와 그의 손자를 볼 수 있었다. 매년 이맘 때면 20여일을 독도에 들어와 생활한다는 김성도 씨의 손자는 독도를 떠나는 이들에게 이상하리 만치 냉랭했다. 배가 떠나는 순간까지도.

“안녕~ 얼른 가. 다시는 오지마아~”라는 말을 잊지 않고(?) 챙겼다. 처음에는 짖궂은 소년의 장난이라 생각했지만, 손자와 함께있는 김성도 씨도 손자를 나무라지 않는 점에서 무언가 이상한 기운이 감돌았다. 

 
<김성도 이장님과 손자>

“이렇게 하루 왔다가믄 모하노?

한 며칠 여기서 묵고 제대로 생활하고 느끼고 가야지!”

배가 떠났다. 이제 우리가 계획했던 일정을 진행할 차례였다.

하지만 우리가 준비하고 상상했던 시나리오(?)는 미묘하게 어긋나는 느낌이었다.

우리의 계획을 아슬아슬하게 만드는 분은 바로, 독도의 최고 대장인 김성도씨 내외분이었다.

 
<서도까지 우리를 태워주시는 김성도 이장님 모습>

김성도 씨는 독도에서 이장님으로 통했다.

이장님은 우리에게 “여기 모하러 왔어?! 이렇게 하루 왔다 가믄 모하노? 니네도 다 똑같은 기라!”라고 호통쳤다. 하지만 그런 무시무시한(?) 호통과는 달리, 서도까지 우리를 안전하게 데려다 줬을 뿐 아니라, 저녁식사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우리에게 먼저 다가와 이것 저것 알려주었다.

 
<동도 등대분들의 소개로 김성도 이장님과 인사를 나누는 우리들>

저녁 식사가 끝나고 이장님 내외분이 주무시는 안방에 둘러앉아서야 이장님 내외분의 호통과 손자의 냉랭함을 알 수 있었다.

이장님은 “무슨 독도 문제만 났다하믄 사람들이 왔다가는 통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런 사람들 중 독도에 다시 찾아오거나, 계속 연락 주고받는 사람들은 거의 없어”라며,

“사람들은 여기서 생활할 때, 나가믄 끝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 여기는 섬이라 기상이 좋지 않으면 꼼짝없이 여기서 갇히게 되거든? 그렇게 되믄 육지 사람들은 자기네가 계획했던 날짜만큼만 식량을 가져오니, 당연히 부족하지. 여기 사는 우리한테 이것저것 빼묵고는 독도에서 나갈 때는 나몰라라 하는 거야. 우리라고 바본가? 근데, 어쩌누? 굶게 할 순 없지”라고 말하며 술잔을 입에 털어넣었다. 비워진 술 잔 앞에 앉은 이장님과 그 옆에서 사과를 깍고 계시는 사모님의 모습이 호통치시던 때와는 달리 쓸쓸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중요한 게 사람이야”

독도의 밤은 빨리 찾아왔다.

서울과는 달리 저녁 8시가 되자 주의는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깜깜했다. 바닷가를 서성일 때,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나를 부른 장본인은, 함께 저녁 식사를 나눴던 변영석씨였다.

 
<변영석 씨(우)와 친구분(좌)>

이장님 내외분의 호통에 주눅들어있던 우리와는 달리, 이장님과 호형호제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주도하셨던 변영석씨. 잠깐의 대화에서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당연히 오랜 벗이라 여겼던 것과는 달리, 변영석씨도 이장님을 오늘 처음 뵈었던 것이다. 순간의 당황함과 이장님 내외분을 향한 섭섭함(?)이 밀려왔지만 이것도 잠시.

변영석 씨와의 짧은 대화에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너무 계산적이야. 이런 똑부러진 계산도 좋은데, 그것을 넘어서 사람이 우선인거야. 이것저것 내것만 챙기려 하믄 안돼는 거야. 일단은 사람, 그 자체에 다가가야 되는 거지”라는 변영석씨의 말씀에, 우리의 시나리오(?) 캐릭터에 맞춰지지 않는 이장님 내외분을 생각하며 조바심 냈던 일이 생각났다.

사람 그 자체, 독도 그 자체에 다가가기. 이것이 정말로 우리가 계획했던 핵심이었다. 우리는 순간 이 부분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추적추적 끈질기게 내리는 비로 달은 보이지 않았지만, 달은 항상 그래왔듯 그 자리에 떠 있었을 것이다. 구름에 가려진 달처럼, “독도”와 “독도에 생활하는 사람들”도 그들을 향한 우리의 마음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앞으로 5일간의 독도체험, 정말로 각본없는 드라마가 될 것이다. 예측 불허, 상상 불가 <위풍당당 그녀들의 4박 5일> 고고씽~!

기사 작성: 신지혜 기자 (sophia21@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