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시형 대표가 만든 김치버스는 2011년부터 5년간 34개국을 8만㎞ 여행하면서 한국음식을 알린 푸드트럭이다. 현재는 건국대 커먼그라운드에 정착해 한식기반의 멕시칸 퓨전음식을 팔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맞벌이를 해 요리할 기회가 많았어요. 자연스럽게 요리사가 돼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조리학과에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이 중학교 3학년 때에요. 남들보다 일찍 진로를 정한 셈이에요”
요리사 외에 다른 꿈을 생각해 본 적 없다는 류시형(33) 김치버스 대표는 현재 ‘커먼그라운드’에서 푸트트럭 ‘김치버스’를 운영 중이다. 커먼그라운드는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인근에 위치한 컨테이너 쇼핑몰이다.
“24살 때 18개국 무전여행을 떠났어요. 유럽, 러시아, 중국 베이징, 미국 알래스카, 남아공 케이프타운 등 곳곳을 다녔죠. 여행을 다니면서 외국인에게 한국문화나 음식을 알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처음 갖게 됐어요”
여행 때 착안한 생각은 여행을 다녀온 뒤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경희대 조리학과를 졸업한 후 그는 자신의 여행경험과 요리경력을 바탕으로 ‘김치버스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캠핑카를 타고 세계여행을 하며 우리나라의 음식과 문화를 알리겠다는 취지였다.
“준비기간만 3년이 걸렸어요.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돈’이었죠. 재원마련을 위해 다수의 기업에 제안서를 냈지만 쉽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제안서를 계속 돌렸죠. 어렵사리 현대자동차와 몇몇 국내기업에서 1억5000만원을 후원받을 수 있었습니다”
재원이 마련되자 그는 곧장 차를 개조했다. 음식을 할 수 있는 조리대가 있는 캠핑카가 필수였기 때문이다. 개조가 끝난 캠핑카에 조리 기구를 채워 넣었다. 완성된 캠핑카에 필요한 기구들을 채우는 데만 두 달이 걸렸다.
▲ ‘김치버스’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류 대표는 24살 때 무전여행을 떠났다. 경희대 조리학과를 졸업하고 여행경험과 요리경력을 바탕으로 29살에 ‘김치버스’ 프로젝트를 기획해 세계여행을 떠났다. ⓒ스카이데일리
“김치버스는 사실 금전적인 지원 없이 불가능한 프로젝트였어요. 마침 현대차의 홍보 프로모션과 방향이 맞아 진행이 가능했죠. 첫 지원 이후 여러 지인과 다양한 기업의 후원을 받을 수 있었답니다”
그는 2011년 모든 준비를 마친 채 김치버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5년간 34개국 8만㎞를 여행했다. 세계 곳곳을 누비며 한국음식을 알렸다. 러시아 방문 중에는 한식을 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세계 최고의 조리학교에서 강연을 할 기회도 얻을 수 있었다.
“김치버스를 통해 참 많은 것을 겪었어요. 무전여행 때 도움을 준 이들을 찾아가 보답할 수 있는 기회도 됐죠. 여행 중 만나는 이들에게 제공된 음식은 모두 무상이었어요. 우리 음식과 문화를 보여주고 나눠주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이었죠”
낙천주의자, ‘김치버스’로 장관 표창까지…“김치버스 프로젝트 진행 중”
류 대표의 닉네임은 ‘대책 없는 낙천주의자’다. 온라인 활동을 시작하면서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본인의 성격을 담아 본인 스스로 지은 것이다. 그는 2012년 한식을 세계에 알린 이력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대단한 국위선양을 했다고 생각지 않아요. 국가가 인정해줬다는 점에서 솔직히 기분도 좋고 뿌듯해요. 하지만 제 솔직한 심정은 한국을 위한 것보다 제 스스로 좋아서 한 일이었어요”
그는 자신의 20대를 대표할 수 있는 술·여행·사진·사람·요리 등 다섯 가지 키워드가 합쳐져 탄생한 것이 김치버스라고 말했다. 자신이 좋아 시작했다며 표창에 대해 겸손한 태도를 유지한 그는 김치버스의 공익적인 목적에 대해서는 일부 있었다고 전했다.
▲ 류 대표는 힘들었던 순간이 많았지만 그만두고 싶다기보다 이걸 어떻게 헤쳐나갈지에 대한 생각이 더 컸다고 한다. 후원금을 받아 어렵게 시작한 만큼 같이하는 사람들에게 믿음을 심어주고 싶었다고 했다. ⓒ스카이데일리
“한국 음식을 알릴수록 김치버스 프로젝트도 성장할 수 있었어요. 또, 프로젝트가 커져감에 따라 같이 일하는 친구들을 보다 안정적으로 챙길 수 있게 됐죠. 힘들었던 순간 엄청 많았어요. 하지만 전 포기 대신 이 난관을 어떻게 풀지 그것만 고민했던 것 같아요. 또, 제가 이 프로젝트를 후원금을 받아 시작했기 때문에 같이 일하는 친구들을 비롯한 많은 이들에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는 실패는 겪을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살다보면 노력으로만 되지 않는 일이 많은데 이를 정확히 알기 위해 실패하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실패로 인해 좌절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류 대표가 사용하는 차량은 김치버스 프로젝트 당시의 차량이다. 주변의 다른 푸드트럭들은 장사를 위해 차를 구매해 개조했지만 그는 외국에서 탔던 차량을 그대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김치버스는 프로젝트에요. 단순히 음식을 판매하기만 하는 곳이 아니라는 거죠. 스토리와 메뉴 개발 등이 연계된 거대한 프로젝트에요”
해외에서 비영리로 운영됐던 류 대표의 김치버스는 국내에서 영리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의 목표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김치버스를 해외와 국내에서 공존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현재 류 대표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다. 김치버스와 같을 필요는 없다고 강조하며 뜻이 있고 자신만의 길을 찾으려는 이들을 해외로 보내주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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