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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6.22 23:24
/이범석 객원기자 sejamai@chosun.com
강원도 강릉시 강릉아산병원. 한눈에 봐도 시커멓게 변한 안색이 심상치 않아 보이는 조준기(56·사진)씨가 축 늘어진 몸을 힘겹게 일으키며 침대에 앉았다.
조씨는 독도 2호 주민이다. 독도 주민 1호인 고(故) 최종덕(1987년 작고)씨의 사위다. 8년간 독도에서 살면서 민간인 신분으로 섬을 지켰던 조씨는 지금 암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조씨는 지난 1981년 10월 최초로 독도로 주민등록을 옮긴 장인에 이어 1986년 7월 독도로 전입해 1994년 7월 고향인 강원도 동해로 전출했다. 그러나 실제 조씨가 독도에서 산 기간은 1985년 3월부터 1993년 7월까지 8년이다.
현재 독도를 지키는 독도 주민 3호 김성도씨 부부는 1991년 11월 전입했다.
조씨는 장인이 사망하고 김씨 부부가 전입하기 전까지 독도를 외로이 홀로 지켰다. 그러나 2010년 2월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가 위암 판정을 받았다. 발병 직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았고 건강이 호전되는 듯했지만 지난 2월 받은 검사에서 암이 재발한 걸 확인했다. 병원에서는 수술이 힘들고 약물치료밖에 방법이 없다고 했다. 조씨는 지금 강릉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조씨는 "약이 독해 식욕이 없고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해 발병 전 83㎏이던 몸무게가 63㎏으로 줄었다"고 했다. 기력이 없어 병원 복도를 한 발짝 내딛는 것조차 힘겹다고 했다. 요즘은 누룽지를 끓인 숭늉 같은 것만 겨우 삼킬 정도다. 이도 먹기 어려우면 수프 몇 숟가락으로 한 끼를 때운다.
그의 독도 사랑은 지독했다. 동해로 정착해 그가 차린 영업장은 '독도노래방'이다. 2004년 강릉으로 이사하면서 차린 음식점도 '독도홍합돌솥밥'이다.
조씨는 "독도에 살 때 심은 나무도 보고 싶고 정든 땅을 만져도 보고 밟아도 보고 싶다"며 "빨리 건강을 되찾아 독도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독도에 주민등록을 둔 사람은 현재 김성도씨 부부와 독도 경비대원 등 11명이며, 독도 지킴이를 자청하는 2605명이 가족관계등록(본적)을 옮겨 놓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