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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11-23 11:40
상가 집 - 18회
 글쓴이 : 독도의병대
조회 : 4,517  
독도지키기 200만인 서명운동 달성 체험기 연재 18회

상가 집


“홀로 남은 아내 두고 북망산천 먼저 가오?”
“너 너 너호아 너화넘차 너호야!”
 
마을 위 계곡에 만들어진 못이 터져 마을이 떠내려 간 뒤 주민들조차 생업 따라 떠나가서 일곱 가구만 덩그러니 남은 이 마을에 이사 온 지 이제 4년이 되었다.
이웃집 아저씨가 편찮으시다는 소문을 듣고 방문해보니 아저씨는 아예 말문이 닫히셨다.
67세가 되기까지 한 번도 병원신세를 져 본적이 없다는 아저씨!
얼마 전에 출근하다가 갑자기 거리에서 방향 감각을 상실해 병원에 모시고 갔더니 병원에서는 의식까지 잃어버리시는 바람에 가족들의 놀라움은 컸다.
우리가 방문한 지 며칠 뒤 아저씨는 세상을 떠나셨다.
 
동네 아저씨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우리 동네 사람들에게 죽음이란 아스라이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주머니 속의 동전처럼 늘 함께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 주었다.
 
이웃 마을 사람들과 함께 하는 친목계에 가입하면 이런 어려운 일은 친목계에서 알아서 척척 해주기 때문에 편리한 점은 있지만, 일 년에 몇 번 씩 초상날 때마다 본인도 결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어서 친목계 가입을 못했다는 아저씨!
정작 본인이 초상이 나니 자녀들은 경험이 없어 모든 것이 어설펐다.
 
살아서도 가난했지만 장례식도 가난하여 몇 안 되는 마을 사람들이 직장을 다녀오면 교대로 번갈아가며 가족과 함께 빈소를 지켰다.
장지인 영천까지 가야 하는데 상여 멜 사람이 부족하다는 말을 듣고 남편과 나는 따라 나섰다.
 
이웃에 사시는 반장님은 3일 동안 줄 곳 아주머니와 함께 초상집에서 일을 도우시더니 장지에 갈 때는 아들 직장 결근을 시키고 동행하게 하셨다.
이웃사촌이 먼 친척보다 낫다는 속담이 진실임을 반장님은 행동으로 보여 주셨다.
 
이웃집 장례식에 따라가는 직원을 이해하지 못하고, 전화를 걸어와 버럭 버럭 화를 내는 사장과 아들을 결근까지 시키며 장례식에 동참시키는 반장님은 대조적이었다.
 
장지에 도착하니 구미에서 아침부터 내리던 비는 그 곳에서도 계속 내렸다.
마지막으로 떠나보내는 남편과 아버지를 생각하며 가족들이 관 곁에서 비를 맞으며 구슬프게 울었다.
산자와 죽은 자의 실질적인 영원한 이별 앞에서 그들의 통곡은 장례식에 참여한 조객 모두의 슬픔이 되었다.

나는 울고 있는 애기 엄마 옆에 가서 애기가 비를 맞지 않도록 우산을 씌워 주다가 애기를 내게 업혀 달라고 했다.
다행히 세 살쯤 된 애기는 얼굴을 가리지 않고 내 등에 업혀 좋아했다.
나중엔 걸어 다니던 딸아이도 나만 따라 다녀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아이들을 돌봄으로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저들을 조금이라도 위로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감사했다.
나중에 봉분 일을 마친 남편도 애기 보기에 같이 합세했다.
 
그런데 우리가 애기들과 함께 놀고 있는 그 곳에 반장님이 오셨다.
“고맙습니다.
바쁜 분인 줄 알고 있는데 두 분 다 오셔서 이렇게 애써 주시니 뭐라고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반장님이 더 수고를 많이 하셨어요.
슬픔은 나누면 절감되는데 이웃사촌이 마땅히 나누어야 할 슬픔 아닌가요?
그런데 아드님이 어렵게 되어서 어떡하지요?”
“괜찮습니다.
미리 연락을 못한 아들도 잘못이 있기 때문에 사과하도록 해야지요.
하지만 이런 일을 사장이 정 이해를 못한다면 사표를 내게 할 생각입니다.”

한 달에 200만원 받는 아들의 직장을 잃게 되는 일이 있어도 사람 된 도리를 가르치겠다는 반장님의 말씀은 시골 촌부의 지나가는 말이 아니라 사랑이 식은 이 시대를 일깨우는 의미심장한 말씀이었다.
작은 마을 상가 집은 이웃사촌으로 인해 따뜻했다.
이웃사촌이 따뜻하면 독도 수호는 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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