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쌀 - 3. 자존심
구미에서 검정고시 공부하는 분들에게 사회를 가르치러 갔다가 기다리는 중에 무심코 옆에 있던 생활정보지를 보았다.
그 정보지에는 밭을 무상으로 임대하겠다는 안내가 있어서 순간적으로 반가운 마음에 바로 전화를 걸려다 멈춰버렸다.
언젠가 전에 살던 집 뒤 공터에 심어놓은 부추를 시어머니께서 뜯어오라고 하셨는데 어디를, 어떻게 뜯어야 하는 지 몰라 한참을 망설이다 남편을 불러내어 어디를 베어야 하느냐고 물어 본 적이 있었다.
남편은 그런 내 모습을 재미있어 하면서 부추 베기 시범을 보여 주었다.
남편이 베어주는 부추를 들고 시어머니께 드리러 갔더니 시어머니께서는 벌써 그 부추가 남편의 작품인 것을 눈치 채시고는
“선생 했다는 사람이 그것도 몰라서 애비를 불러 내!”
하시면서 핀잔을 주셨다.
평생 농사일을 해오신 시어머니 보시기에는 같이 사는 셋째 며느리는 농사일에 대해서는 전혀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이고, 그나마 농사일을 조금 도왔다 하면 허리 아프다고 입원부터 해야하는 골치 아픈 문제 며느리였다.
평소에 못한다는 말은 듣지 않고 자랐던 나를, 농사에 대해 모른다고 천덕꾸러기로 취급하시는 시어머니의 말씀은 이해는 되지만 자존심은 상했다.
남에게 지기 싫어했던 나에게 이런 일은 마음에 상처가 되었다.
크던 작던 일단 농사를 본격적으로 짓기 시작하면 나는 과거에도 그래왔듯이 호랑이 시어머니께 잘못한다고 수도 없이 꾸지람을 들을 것이고, 솔직히 나에게는 그것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생활정보지를 들고 전화를 걸지 못하고 한참 동안 망설였다.
‘독도쌀 농사를 짓고 싶다고 사방팔방으로 땅을 찾아 나선 남편을 두고 그 동안 남편을 돕는 것이 아내의 본분이라고 하면서 지금까지 독도 일을 같이 해온 내가 이제 와서 자존심, 상처 운운하면서 무료 임대 하겠다는 땅을 보고도 망설이고 있다. 다 들추어 내었을 때 잘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아니다. 이것은 결코 아내의 정도가 아니다!’
나는 결국 그 땅을 빌려달라고 땅 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