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의 부부싸움
“이래가지고는 안돼! 다시 만들어야겠어!”
“붙이긴 잘 붙였는데 물풀이 오래된 풀이어서 자꾸 종이가 떨어지는 것 같아요.”
“봉투가 너덜너덜하면 보지도 않고 바로 쓰레기통에 넣어버려. 이대로 보내면 보내는 내용의 무게가 없어져서 안 돼. 보내는 사람의 정성이 없으면 상대방을 감동시킬 수가 없어.”
“그래도 이것 만든다고 며칠 걸렸는데...... 다시 만들면 또 며칠 걸릴 텐데...... 그냥 이대로 보내면 안돼요?”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남편은 벌떡 일어서더니 바가지에 물을 가득 담아 다 만들어 놓은 300여개의 봉투에 물을 확 뿌려버렸다.
순식간에 방안 전체에 흩어져 있던 봉투는 물에 젖어 다시 쓸 수 없도록 망가져 버렸다.
국회의원들에게 공문을 띄우기 위해 문서작업하고, 주소가 씌어진 봉투를 만들지 못해 A4용지에 일일이 독도의병대 주소, 국회의원 전원의 주소를 인쇄 작업한 후, 인쇄한 주소를 오려 부치는 작업을 하는데 밤낮으로 며칠이 걸렸다.
그런데 종이가 너덜거린다고 한 순간에 물벼락을 내리는 남편을 보자니 내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다 그런 것도 아니고 조금 너덜거리는데 어때서 물을 쏟아욧!”
“당신이 가장으로서 가족을 위해 남들처럼 해준 것이 뭐가 있어욧!”
“좋은 풀 사서 작업하게 돈을 많이 벌어주면 될 것을 독도 지키기 운동한다고 돈도 벌어주지 않으면서 도대체 이게 뭐예욧!”
평소에 속으로는 남편을 원망할망정 겉으로는 성경말씀에 아내는 남편을 주님처럼 생각하고 순종하라고 해서 나름대로 그 말씀에 따라 생활한다고, 지금까지 남편과 함께 불편한 차에서 먹고 자며 전국을 순회하고 다녀도 불평하지 않고 같이 잘 다녔는데, 그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고 눈에 보이는 것도 없었다.
오직 눈에 보이는 것은 방안 가득 물에 젖어 널려져 있는 편지봉투와 세상에서 가장 미운 남편만이 있을 뿐이었다.
“남자면 다예욧! 남자만 성질 있고 여자는 성질이 없는 줄 알아욧?”
“내가 성질부릴 줄 몰라서 당신 비위 맞추면서 지금까지 살았는 줄 알아욧? 흐흑......”
내가 갑자기 큰 소리로 화를 내자 깜짝 놀란 남편은 어쩔 줄 몰라 가만히 있고 그 사이에 나는 내가 고함을 치며 화를 내놓고 이런 사소한 일에 화를 내는 내 자신이 불쌍하게 느껴져서 그만 울어버렸다.
한참 침묵이 흘렀다. 그때였다
갑자기 문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이제는 들어가도 되나요? 천국인 독도의병대에서 차 한 잔 마시러 왔습니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면서 아침에 전화로 통화한 이일호씨 생각이 났다.
“안녕하세요? 일본이 시끄러워서 독도의병대가 궁금해서 전화했습니다.”
“전화 주셔서 고맙습니다. 일본이 뭐라고 해도 독도의병대는 천국입니다. 호호호...... 시간 나시면 차 한 잔 하러 오세요.”
“아! 예! 오늘 마침 시간이 있는데 한 번 들리겠습니다.”
도로공사의 난방공사를 독도의병대에 맡기면서 흔히들 말하는 소개비는 일절 거절하고 뒤에서 독도의병대를 응원해온 숨은 의병 이일호씨!
그가 만난 지 수 년 만에 처음으로 독도의병대 사무실을 방문해 문밖에서 웃으며 서 있었다.
남편과 나는 부모 몰래 나쁜 짓 하다 들킨 아이들처럼 얼굴이 빨갛게 되어 그 고마운 손님을 맞이했다.
나는 구원병을 만난 것처럼 이일호씨가 자리에 앉기도 전에 남편의 잘못으로 일이 이렇게 되었다고 침이 마르도록 이야기 했다.
그런 나를 보고 아무 말도 못하고 계속 웃기만 하는 이일호씨를 보면서 나는 이일호씨가 내게 무얼 말하고 싶어 하는지 점점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내 목소리는 갈수록 작아졌다.
“사실은요 남편 말이 맞아요. 아무것도 없는 우리가 저 국회의원들을 감동시키고 독도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하는 일밖에 뭐가 있겠어요?”
그 날 이후부터 나는 남편이 물을 쏟기 전에 내가 먼저 잘못된 봉투는 찢고 다시 만드는 착한(?) 아내가 되었다.
그것도 내가 공감되는 일에 한해서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