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갈치의 여행
경남 함양에서 선산을 지키고 계시는 시아주버님께서 시어머니는 추석 전에 미리 오시면 좋겠다는 연락을 보내왔다.
평소에 시아주버님과 시어머님이 잘 드시는 갈치를 사서 시어머니편으로 보내드리고 우리는 추석 하루 전에 가기로 했다.
“날마다 한가위만 같아여라!”
라는 말도 있지만, 한민족이 고향을 찾아 대이동을 하는 이런 풍성한 명절일수록 찾아올 사람도 없고 찾아갈 곳도 없는 이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더 마음이 심란한 날도 추석이다.
은퇴 후에 한가하게 노는 것보다 노년에 더 열심히 봉사하고 싶다고 사례비도 없는 독도교회에 부임해서 열심히 봉사하고 계시는 김목사님!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미국에 공부하러 가서 돌아오지 못하는 바람에 노 부부가 배를 재배하면서 노년을 보내고 계시는 오목사님!
농촌에서 사례비 받지 않고 마을 노인들의 손발이 되어 7년 동안 봉사하던 아들 홍목사님과 손주들을 루사 태풍 때 일어난 산사태로 한꺼번에 천국으로 보내고, 건강치 못한 몸으로 무주의 산속에 사시는 홍목사님 어머니!
독도의병대의 활동을 돕기 위해 수 년 동안 생선을 보내 주셨던 부부가 요즘도 구미에서 생선을 팔고 있어서 독도의병대는 그분들로부터 추석에 고향에 가기 전에 이분들을 찾아가서 전달하려고 생선을 염가로 샀다.
비싼 가격 때문에 평소에 우리도 잘 사먹지 못하는 갈치를 처음에는 사례비도 받지 않고 열심히 독도교회에서 봉사하시는 김목사님께 드리려고 가지고 갔다가 김목사님을 만나지 못하고 되돌아오는 바람에 가까이 계시는 김목사님께는 다른 생선을 드리고, 갈치는 김천에 사시는 오목사님께 드리기로 했다.
오목사님댁을 찾아가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김천 사시는 오목사님은 그래도 시장이 가까워서 마음만 먹으면 사 드실 수가 있는데 비해, 몸이 불편해서 시장에 나오지도 못하시는 연로하신 홍목사님 어머니는 평생 비싼 갈치를 사 드실 기회가 없을 것 같아 끝내 오목사님께는 다른 선물을 드리기로 하고, 갈치는 무주의 산속에 사시는 홍목사님 어머니께 드리기로 생각을 바꾸었다.
나의 이런 생각 변화를 미처 남편에게 말을 못한 채 오목사님을 만나고 보니 남편은 오목사님 면전에서 생선은 왜 드리지 않느냐고 말함으로써 내 입장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가까운데 사시는 오목사님은 다음에 사다 드릴 기회라도 있지만 먼 곳에 사시는 홍목사님 어머니는 다시 이런 기회를 만들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오목사님 면전에서 미안했지만 결국 갈치를 오목사님께 드리지 않고 홍목사님 어머니를 찾아 갔다.
불편한 몸으로 버스 타러 산속에서 도로변까지 혼자 걸어서 나올 수 없어 서 지팡이 두 개를 짚고 나오신다는 홍목사님 어머니!
홍목사님 어머니께서는 갈치를 받으시고 눈시울을 붉히셨다.
“추석이 되어도 아무도 찾아오는 이 없는 나에게 추석 명절은 아무 의미가 없었어요. ”
8년 전 루사태풍 피해 당시에는 미국 교포들에게서까지 위문품이 도착했지만 지금은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아들과 손주가 떠난 그 지역을 떠날 수 없어 산속 조립식 집을 지키며 하늘나라에서 아들과 손주 만날 날만 기다리고 계시는 홍목사님 어머니!
갈치 때문에 홍목사님 어머니께 2010년도 추석이 조금이라도 의미 있는 추석이 되었다면 갈치는 그 본분을 다했다.
함양 아주버님댁에서 추석을 보내고 시어머니를 모시고 집에 와서 형님이 싸준 꾸러미를 풀어보니 추석 전에 보내드린 갈치가 덩그러니 그 속에 들어 있지 않는가?
“시어머님이 좋아하는 갈치를 우리끼리 다 먹을 수가 없어서 다시 반을 보냈어.”
오늘 밥상에 맛있게 구운 갈치 올릴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군침이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