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쌀 – 13. 주먹밥 유감
그 동안 독도 운동을 해오면서 새롭게 깨달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독도를 지키려면 울릉도인들을 일으켜야 한다는 것이다.
한때 독도가 어려웠을 때 울릉도인으로 구성된 독도 의용수비대 대원들은 그들의 생명을 담보로 독도를 지켜내었다.
신 한일어업협정 체결이후 어업이 힘들자 3만이던 울릉인들이 뿔뿔이 흩어져 이제 1만도 채 안 된다는 말을 듣고, 우리는 울릉인들을 일으켜 세우고 독도를 지키는 방법으로, 육지인들이 울릉도 관광을 많이 가야 한다는 말을 언론을 통해 내보냈다.
그런데 독립기념관에서 연수 받은 선생님들을 모시고 독도를 방문하려고 하는데 독도의병대와 공동주관으로 이 행사를 하고 싶다고 독립기념관 교육부장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독도의병대에서 독도사랑작품 공모대회 수상자들을 모시고 독도에 다녀온 경험을 살려 이 행사에 협조해달라는 요청에 나는 반가워서 기꺼이 참여할 뿐만 아니라 여러 선생님께서 드실 찹쌀 주먹밥까지 준비하겠다고 했다.
과거 독립운동을 하던 선조들이 드셨고, 일본에 갈 때 우리도 가져가서 먹었던 주먹밥!
2회 대회 탑골 공원 시상식 때부터 수상자들에게도 대접했던 주먹밥!
그 주먹밥을 독도를 사랑하고 지키기 위해 기꺼이 나선 130여분의 선생님께 대접하기로 했다는 나의 말을 들은 남편은 이번에는 나보다 한술 더 떠 주먹밥 속에 깨소금, 콩등, 여러가지 맛있는 것을 넣어 더 맛있는 주먹밥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나는 남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이만해도 옛날 의병들께서 드셨던 험한 주먹밥에 비하면 최상의 주먹밥이에요. 이번 선생님들의 독도 방문은 관광이 아닌 의병들의 발자취를 따라 가고자 하는 마음으로 시행하는 의병 행사이기 때문에 굳이 다른 것을 더 넣을 필요가 있겠어요.”
하면서 남편의 말을 막았다.
고향에 계시는 시아주버님이 시어머니를 생각해서 보내 주신 찹쌀을 우리가 마음대로 독도행사에 쓰는 것도 미안한데 이것 저것 더 보태는 것은 우리 형편상 무리라는 생각에서 나는 남편의 말을 듣자마자 원천 봉쇄해버렸다.
울릉도로 출발하기 하루 전 날!
우리가 국회에 일이 있어 서울에 가 있는 동안 친정어머님은 시어머니가 주신 찹쌀이 부족할까 봐 다섯 되를 더 보탠 후 방앗간에서 찹쌀밥을 만든 다음 다시 우리 집으로 가져와 밤늦도록 시어머님과 주먹밥을 만드셨다.
서울에서 밤늦게 돌아오자마자 우리에게 먹어보라고 권하는 주먹밥을 먹어본 남편은 그 주먹밥이 생각보다 맛이 없다고 심히 언짢아 했다.
이것저것 넣자고 했는데 내가 막아 못했다고 책망하는 남편에게 나는 속으로 주먹밥 만들 재료는 준비해 드리지 못했으면서 불평만 한다고 원망을 했다.
가스가 터져 얼굴에 큰 화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일에 열심히 참여하신 시어머님과 부족한 찹쌀을 보태고 방앗간에 가서 쪄오느라 수고하신 친정어머님은 밤늦도록 주먹밥 만든다고 고생을 하시고도 인사 받기는커녕 내가 꾸지람 듣는 것을 보면서 같이 속상해 하셨다.
이미 만들어진 주먹밥을 다시 새로 만들 수도 없어 우리는 그 주먹밥을 가지고 다음날 새벽 포항 선플라워호 선착장으로 갔다.
화상 입은 시어머님을 홀로 두고 이틀 동안 울릉도에 들어 갈 수 가 없어 우리는 독립기념관의 여러분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주먹밥만 전달하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그때였다.
황급하게 독립기념관 교육부장님이 이 행사 준비하는데 안내한다고 그 동안 수고했다면서 우리 손에 작은 꾸러미 하나를 전해주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꾸러미를 열어보니 그 속에는 호도과자가 들어 있었다.
호도과자 포장을 뜯어내니 전단지가 하나 나왔다.
“여기까지 인도하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 드리며-에벤에셀”
“천안 명물 호도과자는
1934년 당시 최고의 제과 기술자였던 심복순 여사의 부군인
고 조 귀금 선생에 의해 처음 만들어 지게 되었습니다.
특히 많은 양의 지방과
질 좋은 단백질 비타민 B1, 인, 칼슘이 들어 있습니다.
앙금 재료인 팥은 그 향미가 매우 독특한데
이것을 여러 번 거피 하여 곱게 앙금을 내어 사용합니다.
호도과자가 인기를 끌자 이곳 저곳에서
모조품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습니다.
그렇지만 한결같이 양질의 재료로 정성을 다하는
‘학화 호도과자-할머니 호도과자’만의 고유한 맛은
절대 흉내낼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맛과 영양을 위해 연구 노력을 계속할 것임을 약속 드립니다.
지금까지 저희 ‘학화 호도과자- 할머니 호도과자’ 를 아껴 주신것처럼
더욱 애용해 주시고 ‘우리 것’의 소중함을 간직하시기를 삼가 말씀 올립니다.
-학화. 할머니 호도과자 구성 동 분점 직원 일동-
정성스럽게 만든 노란 전단지를 읽으면서 우리는 호도과자를 먹기 시작했다.
호도과자 속에서 아삭아삭 씹히는 잣의 고소한 맛!
팥 앙금의 독특한 향미!
전날 저녁부터 제대로 먹지 못한 우리에게 학화 호도과자의 독특한 맛은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생전 처음 먹어보는 특별한 호도과자의 맛은 전단지에 쓰여진 만든 사람들의 정성스런 글과 함께 깊은 감동으로 남았다.
학화 호도과자점의 직원들은 호도과자에 관한 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확실한 독도 의병이었다.
다음 순간!
가슴 저 깊은 곳으로부터 밀물처럼 밀려오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우리도 이런 주먹밥을 만들었어야 했는데……’
독도를 품에 안고 돌아와 이 민족의 장래를 짊어질 후세들에게 그 독도를 가르치겠다는 열망으로, 어려운 걸음을 내디딘 저 선생님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정성은 우리가 만든 맛있는 찹쌀 주먹밥을 대접하면서 우리 독도를 부탁하는 것이었는데 그 기회를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남편이 주먹밥을 보면서 그토록 속상해 했는지 그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가슴이 저려왔다.
학화 호도과자 상자를 품에 안고 나는 속으로 부르짖었다.
“독립기념관 독도 탐방행사에 참여하신 선생님 여러분!
죄송합니다.
이번에는 제가 정성을 다한 주먹밥을 대접하지 못했지만
혹시 다음에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는 정말 정성을 다한 주먹밥을 대접하겠습니다.
이 나라의 장래와 독도를 책임질 수 있는 소신 있는 인재를 많이 키워야 할 여러분은 이 시대의 소중한 의병장들이십니다.
대한민국과 독도의 운명이 여러분에게 달려 있으니 이번에 독도를 보고 오셔서 부디 소신 있는 인재들을 많이 키워주십시오.”